[기자수첩] 실망스런 문 대통령의 유체이탈화법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9-10-23 13:49 수정일 2019-10-23 13:50 발행일 2019-10-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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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증명사진
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진 사퇴함으로서 지난 두 달여 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조국 정국이 일단락됐다. 지난 두 달간 국민들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 각각 ‘검찰개혁’과 ‘조국 사퇴’를 외쳤다. 문재인 정부의 근간이 됐던 지난 2016년 촛불집회의 이후 다시 많은 수의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지만 의견은 양분됐다.

이처럼 갈등이 심화되면서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장관직 수행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자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문 대통령의 발언들은 두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 갈등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문 대통령과 청와대였기에 더 실망이 컸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숱한 논란에도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했고, 계속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두둔해왔기에 더 그랬다.

문 대통령은 맥을 잘못 짚었다. 왜 국민들이 조 전 장관을 불신했는지를 알아야 했다. 조 전 장관의 표리부동 때문이다. 그는 과거 촌철살인의 언행으로 답답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케했다. 그러나 청문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삶은 기존 언행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았다. 보수 정권을 향해 뱉었던 지적들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조 전 장관을 향했다. 문제점으로 제기된 조 전 장관 가족들의 행위는 곧 시작될 재판을 통해 불법성이 가려지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미 조 전 장관에게 정치적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본다.

한 겨울 얼음장 같은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을 들며 나라다운 나라를 원했던 국민들의 염원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부디 갈등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지 말고 인사 방식에 대해 다시 점검하길 부탁드린다. 인사가 만사다.

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