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손정의 2.0> 시마 사토시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10-21 10:33 수정일 2020-05-29 11:46 발행일 2019-10-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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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이 너무 흥미로와 은퇴까지 번복한 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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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이 너무 흥미롭다”… 4차 산업혁명 미래가 기대되어 은퇴까지 번복한 손정의

< 총평 >

이 책은 작년 12월 말에 국내에 출간된 책이다. 시차가 조금 있음에도 굳이 소개하는 것은 그 만큼 손정의 회장의 무게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손 회장에 관한 이렇다 할 역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 책에는 손정의 회장의 동물적인 사업 감각, 미래에 대한 혜안, 적을 친구로 만드는 탁월한 비즈니스 사교술 뿐만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매력까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암홀딩스를 3조엔에 인수하고도 “고작 3조엔…”이라고 할 정도로 ‘베팅의 귀재’인 손 회장이 어떤 생각으로 투자 대상을 찾고, 미래 사업을 대비하는 지 엿보는 것 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60대에 은퇴하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깨고 “60대는 69세까지”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열혈청년’ 손정의 회장의 본 모습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 3조엔 짜리 회사 인수하고도 “고작 3조원…”

* “고작 3조엔…” - 소프트뱅크는 2016년 7월18일에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홀딩스를 3조 3000억 엔에 인수했다. 관련 기자회견에서 손 회장은 암홀딩스의 기업가치가 매우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작 3조엔 밖에 투자하지 않은 회사”라고 말했다. 그 만큼 암홀딩스의 미래 기업가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IoT 혁명이 2018년 무렵에 일어나면 애플이나 삼성 등 모든 글로벌기업들이 모두 암홀딩스의 아키텍처를 사용해야 하므로, 연간 세금수입(이용료)이 1조엔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그는 판단했다. 대단한 혜안이며, 대단히 뚝심이다.

* 퇴임 약속 스스로 어긴 손정의 - 손 회장은 당초 약속했던 퇴임 약속을 번복했다. 후계자 중 유력 후보였던 구글 출신의 니케쉬 아로라 부사장을 퇴임시키면서까지 자리에 연연했다. 스스로 60대 말까지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욕심을 부렸다. 이유는 급변하는 시장이 너무 흥미로와 도저히 뒷전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300년 계속될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도 말했다. 자신의 후계자는 ‘손정의 2.0’이라고 공언했다.

* “60대란 69세 까지” - 그는 19세에 인생계획 세웠다. 20대에 사업을 일으키고 30대에 사업자금을 벌고, 40대에 한판 승부를 하고, 50대에 사업모델을 완성하고, 60대에 다음 세대에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은퇴를 번복하고 “60대에 자리를 물려 준다고 하지만, 60대는 69세까지 있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 손정의 은퇴 번족 이유 ‘싱귤래리티’ - 자신의 59세 생일 때 그는 “다시 욕심이 생겼다. 후임자에게 내년에 자리 물려주겠다고 얘기하려 했지만, 기술적 싱귤래리티(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역사적 시점. 뇌과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에 싱귤래리티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가 온다고 했는데 끝내지 못하고 남겨둔 일이 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그를 몸서리 치게 일하게 만든 셈이다.

* 후계자 1순위였던 아로라의 손정의 평가 -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테크놀로지 혁명가다. 손 사장은 두 걸음 앞을 달려 트랜드를 찾아내는 비즈니스 혁명가다.”

◇ 손정의의 뺄셈 경영, 그리고 빚 내길 두려워않는 배포

*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 - 손정의 회장이 후계자 양성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후계자 조건으로 내건 것이 “10년 내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을 5배로 만들어낼 사람”이었다. 구글이 45조원이었다. 그래서 그 현장을 경험해 본 구글 출신의 아로라를 데려왔다는 분석도 있다. 첫 해 그룹 내에서 270명, 외부에서 30명 등 300명이 1기생으로 선발했다. 공정과 경쟁, 물갈이를 좋아하는 손정의는 반년에 한번씩 ‘교체전’이라는 방식으로 성적 하위 10%를 자동적으로 아웃시키며 젊고 패기 있는 후계자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손정의의 ‘뺄셈 경영’ - 손정의 경영방식의 진수는, 처음에 사업 목표의 이미지를 명확히 한 후 거기서 뺄셈을 해가는 방식을 택한다는 점이다. 장대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서 역산해 가는 것이다. 장대한 목표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을 앞서는 것이다. 이에 어울릴 후계자를 찾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 10년마다 본업을 바꾼 소프트뱅크, 지금은 어떤 회사? - 은퇴 번복을 전후로 손정의는 “소프트뱅크는 ‘정보혁명 회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처음에는 PC소프트 도매점이었다. 이후 야후재팬을 비롯해 보다폰 인수로 휴대폰 통신기업으로 탈바꿈했고, 이후 2016년 암홀딩스 인수로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게 됐다.

* 손정의와 ‘금색 잉어’ - 어린 시절 손 회장 집에서는 식사 시간 때마다 비즈니스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한다. 손 회장 부친은 유료 낙시터를 운영했는데 어느 날 금색 잉어를 낚으면 1만엔이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때 금색 잉어가 쉽게 낚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가족들 간에 아이디어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아침부터 금색잉어에게 배 불리 먹이를 많이 주면 어떨까” 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이 때부터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싹트지 않았을까?

* ‘빚의 왕’ 카이사르와 닮은 손정의 - “빚이 소액일 때는 채권자가 강자이고 채무자가 약자지만, 금액이 커지면 관계가 역전된다는 것을 카이사르는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손정의 역시 2006년 보다폰 인수에 약 2조엔이 들어가 거액의 빚을 지기도 했다.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넣어 부채를 조달하는 LBO 방식을 그는 선호했다. 빚지는 것을 망설여 유망한 투자처를 놓치는 기회손실이야 말로 최대의 적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돈은 하늘에게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1조엔 이하 사업 이야기를 가지고 오지 말라”고 까지 얘기했을 정도다.

◇ “우리 결혼합시다” 한 마디로 파트너를 결박해버리는 손정의

* 손정의가 파트너를 잡는 법 - 손정의는 1980년대부터 사업 파트너를 설득할 때 “결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결혼 만큼 소중하고 상호 존중의 단어는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 “휴대폰 사업은 토목사업이다” - 손 회장은 기지국이라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설치투자에 수조엔이 들어간다는 점을 들어 이렇게 표현했다. 휴대폰 사업 역시 투자의 90%가 안테나를 건설하는 토목업이라는 얘기였다.

* 손정의의 빌 게이츠·스티브 잡스 평가 - 손 회장은 “빌 게이츠가 살리에르, 스티브 잡스는 모짜르트”라고 언급했다. 잡스의 천재성을 더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 손정의 “M&A는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 - 그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암홀딩스를 인수할 때도 전격적인 타이밍에 전 세계가 놀랐었다.

* 손정의가 인도를 미는 이유 - 첫째, 25세 미만 인구가 약 50%에 달할 정도로 젊은 사람이 많은 나라다. 둘째, 영어권 국가라는 점이다. 영어가 가능한 사람이 1억 30000만 명이며, 학교 교육이 거의 영어로 진행된다. 셋째, 소프트엔지니어 인구가 이미 세계최대 규모다.

* 손정의의 ‘파워하라스먼트’ - 권력을 이용한 학대를 말한다. 손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 도중에는 재떨이가 자주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체로 자신의 의견을 반대를 무릅쓰고 밀고 나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 아시아 슈퍼그리드 - 일본과 한국 러시아 전력회사와 소프트뱅크가 전력망에 관한 각서에 조인해다. 4년 동안 사업 채산성을 조사하고 전력망을 연결할 것을 전제로 계획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람이 많이 부는 중국 몽고 국경에 있는 고비사막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후, 고비사막에서 발전한 전력을 중국과 한국에 보내 일본까지 전달한다는 프로젝트다.

◇ 존경하는 마쓰시다, 그러나 그를 넘어섰다고 하는 자신감

* GE 최고경영자 임기를 보라 - 사장 임기 평균이 15년이다. 1878년 창립자 에디슨부터 시작해 현재 이멜트까지 겨우 9대에 그친다. 사장이 평균 40대에 지명된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커다란 구조개혁이 가능하고 장기적 성장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 GE 리더의 덕목 ‘4E’ - Energy(스스로 활력이 넘칠 것), Energize(목표를 향하는 주위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을 것), Edge(어려운 문제에 대해 결단할 수 있을 것), Execute(말한 것을 끝까지 실행해 나갈 것) 네 가지다.

* 마쓰시다 고노스케를 존경하다 - 마쓰시다는 이렇게 말했다. “일을 부하에게 맡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일을 자신이 알고 나서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하에게 무시당한다.”

* 그러나 마쓰시다를 넘어섰다는 손정의 -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에서 손 회장은 “마쓰시다 고노스케 씨는 운이 없어요. 그 정도 재능과 인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태어난 때가 좋지 않았어요. 정보 빅뱅보다 조금 전에 태어났다는 말이예요.” 결국 경영의 신을 자신이 앞질렀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신뢰 경영을 따르다 - 마쓰시다는 “100명까지는 명령으로 움직일지 모르지만, 1000명이 되면 부탁해야 한다. 1만명이 되면 애원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0만명의 사원에게 신뢰받는 인덕과 인망을 갖추는 것이 후계자가 갖춰야 할 전제조건으로 생각한 듯 하다.

◇ K팝 카라의 광팬, 인간 손정의

* 24시간 일하는 게 즐거운 손정의 - 그는 하루가 24시간 밖에 없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요즘 즐거워! 세계 중에서 24시간 누군가가 일하고 있으니까. 24시간 언제라도 전화할 수 있어” 워크 홀릭이다.

* 동물냄새 나는 마윈을 잡다 - 마윈과 얘기 시작한 지 6분 만에 손정의는 알리바바에 투자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손 회장은 나중에 마윈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전설의 6분’ 동안 나는 마윈에게서 동물적 냄새를 느꼈다. 마윈은 짐승의 눈을 하고 있었다.”

* 인망 얻기 위한 9덕(德) - <서경(書經)>에서 제시된 원칙을 손 회장은 가슴에 간직했다. 첫째, 관이율(寬而栗). 너그러우면서도 위엄이 있다. 둘째, 유이업(柔而立). 부드러우면서도 일처리를 잘한다. 셋째, 원이공(愿而恭). 성실하면서도 공손하고 퉁명스럽지 않다. 넷째, 요이의(擾而毅). 온순하면서도 내면이 강하다. 여섯째, 직이온(直而溫). 정직하고 곧으면서도 온화하다. 일곱째, 강이염. 대범하면서도 빈틈이 없다. 여덟째, 강이색(剛而塞). 굳건하면서도 내면이 충실하다. 아홉째, 강이의(疆而義) 용감하면서도 의롭다.

* K팝 ‘카라’의 광팬 손정의 - 2011년 무렵에 카라가 해산 소동이 일었을 때 ‘카라가 좋다. 해체해선 안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을 정도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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