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음의 병' 앓는 아이돌… 질책보다 포옹을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9-10-21 14:09 수정일 2019-10-21 14:11 발행일 2019-10-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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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별이 졌다. 가수 겸 연기자 설리가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생채기만을 남긴 채 말이다. 설리의 사망 뒤에는 한국 연예인, 특히 아이돌 스타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한 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연습생 시절부터 극심한 경쟁에 시달려야 하고 데뷔 후에도 철저한 자기관리에 매진해야 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기 위해 극소량의 식사를 하고 바쁜 스케줄에 지쳐도 카메라 앞에서 웃어야 했다. 행여 소통과정에서 실수하거나 팬들을 소홀히 대했다면 백배 사죄해야 했다. 이성친구와 교제하다 들키면 성적 조리돌림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돌 스타, 특히 여성 아이돌들은 공개연애를 꺼린다. 설리 사망 뒤 선배 가수인 신화 김동완이 “(요즘 아이돌은)섹시하되 섹스하면 안되는 존재”라고 적은 것은 한국 아이돌 스타들의 현실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의 정신건강은 날이 갈수록 황폐해져 간다. SNS상에 달린 악성댓글도, 댓글이 모여 논란이 생겼다는 기사도 이겨내기 힘들 지경에 이른다.

대중문화 산업 특히 K팝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K팝스타를 꿈꾸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을 위한 정신 건강 케어 시스템이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 연습생 시절 춤과 노래, 연기와 외국어, 외모 가꾸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심리 상담과 성교육 등이 필수코스로 병행돼야 한다.

2년 전 이미 또 다른 케이팝스타인 종현을 잃었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쟁에 지쳐 알게 모르게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 청춘인 이들을 안아주고 격려해주는 따뜻함이 필요할 때다. 그게 하늘에 있는 설리가 원했던 것 아닐까.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