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규정 깬 부커상… #최고령 #첫흑인여성작가 #공동수상 마거릿 애트우드와 버나딘 에바리스토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10-18 07:00 수정일 2019-10-18 08:11 발행일 2019-10-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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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AIN BOOKER PRIZE 2019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의 부커상을 공동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왼쪽)와 버나딘 에바리스토.(EPA=연합)

“저의 이 명예가 너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I hope that honour doesn’t last too long.)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 문학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영국의 부커상(Booker Prize)을 수상한 버나딘 에바리스토(Bernardine Evaristo, 60)는 이렇게 수상소감을 전했다. 지난해까지 후원사이던 맨 그룹이 빠지면서 이름을 바꾼 영국의 부커상(Booker Prize)이 이례적인 수상자 발표로 눈길을 끌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부커상은 소설가이자 시인인 일흔아홉의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증거들’(The Testaments)과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여덟 번째소설 ‘소녀, 여성, 다른 것’(Girl, Woman, Other)을 공동수상작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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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플로렌스(Peter Florence) 부커상 심사위원장은 “월요일 밤 5시간 이상 토의한 결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992년부터 시행된 규정을 깨기로 결정했다”며 마거릿 애트우드와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공동수상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공동수상에 대해 “두 유색 인종(블랙&화이트) 여성들이 역사를 만들었다”(Two women of colour, making history)고 표현하며 5만 파운드(약 7464만원)의 상금도 나눠 갖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부커상은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체의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와 배리 언즈워스의 ‘성스러운 굶주림’(Sacred Hunger)이 공동수상하던 1992년부터 상의 권위를 위해 “매년 한 사람에게만 수여한다”는 규정을 적용해 왔다.
2019년 부커상은 공동수상을 비롯해 다양한 이슈들을 주목받고 있다.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1969년 부커상 출범이래 첫 흑인 여성작가 수상자이고 마거릿 애트우드는 최고령 수상자다.  2000년 ‘눈먼 암살자’(The Blind Assassin)에 이어 두 번째로 부커상을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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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작인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거들'(왼쪽)과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성, 다른 것'
수상작 ‘증거들’은 2017년 훌루(Hulu)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할리우드의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이끌었던 ‘시녀이야기’(The Handmaid‘s Tale, 1985)의 속편이다. 지난 9월 10일 발매된 ‘증거들’은 길리아드 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시녀이야기’의 15년 후 이야기다. 전작에서도 등장했던 리디아 이모와 젊은 여성 아그네스, 캐나다의 데이지가 종교적 독재국가 길리아드의 음모를 파헤치는 여정을 따른다.
첫 흑인여성작가 수상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성, 다른 것’은 시화 산문이 혼재된 퓨전소설이다. 12명의 영국인 흑인여성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명예가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소감과 더불어 또 다른 누군가가 주목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다른 누군가가 지금 나서길 바랍니다.”(I hope other people come forward now.)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