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럴해저드에 빠진 금융투자업계

홍예신 기자
입력일 2019-10-16 13:54 수정일 2019-10-16 13:55 발행일 2019-10-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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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신 금융증권부 기자

모럴해저드. ‘도덕적 의무’의 반대란 뜻으로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자기만 가진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보는 것을 뜻한다. 최근 금융투자업계를 보면 ‘모럴해저드’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대규모 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 하나금융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조사,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사태 등 부정적인 이슈로 가득하다. 또 라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수사 소식까지 들리면서 자본시장은 ‘모럴해저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DLF·DLS 사태에서 판매사는 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안전하다”란 말로 투자자를 현혹했다. 위험한 상품이 안전한 상품으로 둔갑했고, 판매사는 신나게 팔아치웠다. 운용사들은 함께 수수료를 챙겼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수익은커녕 원금 대부분을 잃었다.

이것뿐인가. 지난 9월 한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혐의로 해당 리서치센터가 압수수색 당했다. 이 연구원은 특정 종목의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내기 전 차명계좌로 해당 종목을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라임자산운용이 최대 1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했고, 주요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자본시장 신뢰도는 더 바닥에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한 관계자는 “일부의 일탈, 개인의 비리 등으로 자본시장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의 모럴해저드가 업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건 시장 규모도, 발전 속도도 아닌 투자자들의 신뢰일 것이다.

홍예신 금융증권부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