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상파 OTT' 웨이브, 혁신콘텐츠 투자 절실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10-07 14:09 수정일 2019-10-07 16:23 발행일 2019-10-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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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국내 최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웨이브’가 힘겹게 첫발을 뗐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OTT가 무서운 기세로 시장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눈길을 끄는 메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경쟁력 하락으로 위기에 처한 지상파 방송사의 한숨만 가득하다.

지난달 16일 있었던 웨이브 출범 기념행사에서 최승호 MBC 사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규제를 받고 있다. 글로벌 OTT와 경쟁하는 데 있어 자본 동원 등 여러 부분에 한계를 가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향해 역할을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옆에 있던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웃음을 보이자 “남 얘기가 아니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과연 지금 지상파 방송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규제와 정부의 의지 탓일까. 재벌 2세와 사랑에 빠진 신데렐라, 복수와 배신으로 얽힌 막장 드라마 등 흔해빠진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껴왔다.

여기에 웨이브는 100억원의 제작 비용을 전액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츠 ‘녹두전’을 공개했다. 장르는 로맨스코미디 사극.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은 이 드라마에 굳이 투자를 해야 했을까. 방송사의 재무상황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엑스맨, 데드풀 등 막강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 21세기 폭스의 지분을 인수한 디즈니의 ‘빅 딜’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좀비와 사극의 만남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신선한 충격을 몰고 온 제2의 ‘킹덤’을 시청자들은 바라고 있다. ‘지상파’ 족쇄는 과감히 벗어던지고 전에 없던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는 선제적 투자계획이 절실하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