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팀 쿡> 애플의 새로운 상징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10-05 08:00 수정일 2020-05-29 11:50 발행일 2019-10-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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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팀 쿡의 애플’로 탈바꿈시킨 은둔의 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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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저자 린더 카니는 이른바 ‘애플 전문 저널리스트’이다. ‘컬트 오브 맥’의 편집장으로 20년간 애플을 취재해 왔다. 이 책 <팀 쿡>은 지난 여름에 발간된 책이라, 엄밀히 말해 신간은 아니다. 한지만 ‘신간 베껴읽기’ 중 인물에 관한 책이 부족하다는 지인들의 목소리에, 한참 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팀 쿡은 ‘시대의 천재.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을 이끄는 수장이다. 당초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려가 컸지만, 잡스가 왜 그를 선택했는지 알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잡스의 애플‘을 ’팀 쿡의 애플‘로 성공리에 탈바꿈시킨 것만 보아도 녹록치 않은 인물이다. ‘게이’임을 밝히면서도 오히려 “그래서 소수집단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남자, 애플을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으로 일군 경영인 팀 쿡. 우리가 미쳐 몰랐던 그의 진가를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 베껴두면 도움 될 내용들 >

◇ ‘기술의 잡스’ 뒤를 이은 ‘경영관리의 천재’ 팀 쿡 

* 팀 쿡의 화려한 경력 - 그의 첫 직장은 IBM이었다. 높은 잠재력을 가진 인적 자원들을 ‘하이포(High Potential)’이라 칭했는데, 하이포 리스트에서도 상위 15명 중 1위였다. 잡스가 그를 데려온 이유기도 했다.

* 잡스를 이은 팀 쿡의 사명은? - 팀 쿡의 좌우명은 “내가 왔을 때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쿡은 ‘잘 하면서도 동시에 선(善)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격언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팀 쿡의 두 영웅 - 쿡은 자신의 영웅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F. 케네디 대통령을 든다. 목숨을 걸고 차별과 맞서 싸운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자신이 ‘게이’로 성장했다는 점도 작용한 듯 하다.

◇ ‘포스트 잡스’ 경쟁에서 살아남은 쿡  

* 강력한 경쟁자 ‘미니 스티브’ 스콧 포스톨 -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가 거론될 때 조너선 아이브와 스콧 포스톨이 물망에 올랐었다. 디자인에 강한 조너선 아이브는 회사 경영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반면 포스톨은 iOS 소프트웨어 부문 수석 부사장을 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까지 맡아 엄청난 성공을 이끌어 냈다. 잡스를 모방하려고 애써 잡스와 똑같은 은색 메르세데스 벤츠를 몰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잡스의 선택은 팀 쿡이었다. 

* 사내정치를 이유로 포스톨을 쳐내다 - 쿡은 경쟁자였던 포스톨을 사퇴시켰다. 결정적 이유는 ‘지나친 사내정치’ 때문이었다. 쿡은 이렇게 직원들에게 말했다. “저는 사내정치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저는 정치행위를 경멸합니다. 회사라는 조직에는 그런 게 들어설 여지가 생겨선 안됩니다. 관료주위도 용인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사내 정치나 사적인 아젠다에 발목 잡혀선 안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 팀 쿡 다음은 제프 윌리엄스? - 2015년 12월에 쿡은 운영팀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보좌했던 제프 윌리엄스를 COO로 승진시켰다. ‘팀 쿡의 팀 쿡’이란 애칭을 받던 인물이다. 둘 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애플 밖에선 극도의 베일에 쌓인 삶을 영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2011년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에는 한번도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현재로선 차기 CEO로 이어질 가능성 가장 크다고 한다.

◇ 팀 쿡이 만든 새로운 애플

* 역사상 최초의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 - 2018년 8월2일에 애플은 세계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회사가 되었다. 정오 직전에 주당 207.05달러를 찍었다. * 애플의 엄청난 현금 보유고 - 2010년 이래 4배 가량 증가해 2672억 달러에 달한다. 자기주식 취득과 배당금 등으로 2200억 달러를 쓰고도 이 만큼이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오직 정부만이 이 보다 많은 271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 애플의 제조·유통을 혁신한 쿡 - 잡스는 1998년 3월에 37세의 팀 쿡을 기본 연봉 40만 달러와 특별 보너스 50만 달러에 영입해서는 세계 전역의 사업 운영 부분 수석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제조와 유통을 총체적으로 정비하는 막중한 임무였다. 쿡은 수요를 예상해 제품을 제조한 후 쌓아두던 기존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주문이 접수된 후 제품을 만들어 곧바로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델이 이 방식으로 컴퓨터 유통부분에서 혁신 이룬 것을 벤치마킹한 것인데. 이것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가능한 모든 부분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재고 누적 문제 등을 깔끔하게 해결했다. 잡스가 조잡한 디자인을 경멸했다면, 쿡은 과도한 재고를 증오했다.

* 자선활동 확대 - 쿡이 CEO로 결정한 첫번째 큰 변화는 취임 5개월만인 2012년 1월에 취한 ‘애플의 자선활동 확대’ 조치였다. 잡스 때는 전혀 인색했던 자선활동이었다. 임직원이 기부하는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1인당 연간 최대 1만 달러까지 회사가 추가 기부하는 자선 매칭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잡스가 치료받았던 스탠퍼드대학병원에도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 근로자 차별 엄금 - 폭스콘 공장의 노동 착취 보도 직후 쿡은 전 세계 노동 착취 공장을 척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워싱턴 기반의 공정노동협회(FLA)와 고용계약 맺었다. 그리고 중국 선전과 청두의 폭스콘 공장에 대한 감사 임무를 부과했다. “근로자를 돌보지 않는 공급업체는 어떤 곳이든 애플과 게약 해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 사람 냄새 나는 쿡

* 사과할 줄 아는 쿡 - 잡스는 생전에 절대로 사과 안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쿡은 포스톨이 iOS 소프트웨어로 두번 연속 큰 실수를 저지르자 유저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굴욕’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덕분에 애플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개선되었다. 중국에 진출했을 때도 결함이 있는 제품을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것으로 교체해 줌으로써 문제를 책임지고 사과할 줄 아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 게이 임을 공개하다 - 그는 블룸버그에 ‘팀 쿡이 거리낌없이 밝힙니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자신이 게이 임을 처음 밝혔다. 그는 “저는 게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신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자신 있게 커밍 아웃했다. 자신이 게이였기에 소수집단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고충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 고객 우선 원칙 알린 ‘샌버나디노 사건’ - 2015년 12월에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사이드 파룩. 치안판사가 애플에 그의 아이폰을 열 수 있는 특별한 소프트웨어 제작해 FBI 수사를 도우라고 했다. 하지만 쿡은 고객들에게 고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판사의 결정에 애플이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판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고객 보호를 중시하는 이미지가 확실히 각인되었다. 

◇ 팀 쿡이 중시하는 가치들

* 중국 시장 진출 -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해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애플도 추구했다. 쿡의 지휘 아래 애풀은 중국 투자를 대폭 늘렸다. 결국 2013년 12월에 애플은 차이나모바일과 유통계약을 체결하고 한달 뒤 아이폰 5S와 아이폰5C 판매를 시작했다.

* 조기 코딩 교육 강조 - 대학에서 코딩을 배운 쿡은, 기회만 되면 아이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가르쳐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외국어 보다 코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딩은 글로벌 언어라며, 이를 통해 70억명과 대화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코딩은 가장 중요한 제2의 언어이자 유일한 글로벌 언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조기교육에 대한 남다른 투자 - 2014년 오바마 정부의 커넥티드 프로그램에 애플은 1억 달러를 쾌척했다. 미국 전역의 K-12 교실에 100% 광대역을 연결하는 1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였다. 코딩교육 이니셔티브도 회사 차원에서 출범시켰다.

◇ 미래산업에 도전하는 애플과 쿡 

* 프로젝트 ‘타이탄’ - 애플이 비밀리에 추진하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 이름이다. 팀 쿡이 지휘하는 일급비밀이었으나 2015년 자동차 배터리업체인 A123시스템스에 “인력 빼가기”라며 고소당하면서 알려졌다. 2017년 1월 애플은 캘리포니아 정부로부터 자율주행차 공동도로 주행 테스트 허가를 받았다. 그해 6월에 팀 쿡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자율주행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처음 확인해 주었다. 2018년 들어 애플은 차량 수를 소폭 늘렸고 현재는 45대 정도의 렉서스 SUV를 테스트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 너무 급히 서둔 타이탄 프로젝트 - 2014년에 쿡은 타이탄 프로젝트를 승인하면서 포드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의 애플 제품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던 스티브 자데스키에 총괄 책임을 맡겼다. 잡스 때는 부정적이었으나 쿡이 추진한 것이다. 최대 1000명까지 인원을 비밀스럽게 영입하라는 허가를 내줬으나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테슬러 인재에도 눈독을 들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로부터 “저들이 우리가 해고하는 친구들을 죄다 모으고 있다”며 ‘테슬라의 폐기장’이라 조롱받기도 했다. 2016년 자데스키가 개인적인 사유로 애플을 떠나면서 2017년 7월부터는 맥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정이던 밥 맨스필드가 넘겨 받았다. 결과적으로 쿡은 애플과 같은 기능 위주의 조직에서 기본을 망각하는 실수를 범했다. 너무 많은 수의 외부인을 너무 급히 끌어들이다 유기적인 조화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 애플이 AI에서 뒤지는 이유 -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고객들에게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고용하도록 독려하는 작업에 의존하며 사업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애풀은 반대의 길을 택했다. 애플이 유저의 개인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해야 하는 AI와 여타 기술에서 뒤지는 이유다. 고객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안 강화도 한 원인이다. 팀 쿡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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