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SK, 승자 없는 '배터리 소송전' 멈춰야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9-09-29 14:52 수정일 2019-09-29 14:53 발행일 2019-09-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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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지난 4월 말 LG화학의 제소로 시작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어느덧 꽉 찬 5개월차를 넘기고 있다. 그간 미국과 한국 등을 넘나들며 언론을 통해 공개된 양사의 개별 소송 건수가 한 손을 넘어가는 상황이 됐다.

일련의 소송 중 가장 먼저 시작된 LG화학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된 소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현재 진행 중인 상태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로도 소송이 줄줄이 이어져 있는 만큼 사태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양사 모두 ‘여론전’을 자제하자는 분위기 속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는 있으나 언론에게 배포되는 참고자료 등에는 서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 깊은 갈등의 골이 잘 드러난다. 소송을 둘러싼 내외 입장차도 팽팽하다. 소송으로 인해 결국 이득을 얻는 것은 중국 등 경쟁국뿐 국내 배터리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오히려 그래서 더욱 소송으로 기술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모두 설득력이 있다.

다만 양사의 전쟁이 ‘치킨게임’으로 격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당초 핵심인력·기술 유출 및 영업비밀 침해로 시작한 양사의 논란은 이제 특허 침해 이슈로 확장된 모양새다. 양사가 서로 미국 법원에 상대편을 핵심 특허 침해로 제소한 만큼, 법원의 판결에 따라 둘 중 한 곳은 미국 수출이 아예 금지돼 북미 시장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 국가 경제에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양사 모두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이미 앞서 추석연휴 직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만나 소송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개별 CEO보다는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어른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