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스크림 '고무줄 가격'… 빙과업계는 괴로워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19-09-26 15:41 수정일 2019-09-26 15:42 발행일 2019-09-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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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양길모 기자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편의점에서는 1000원이 넘는 아이스크림이 동네 슈퍼에서는 40~50% 할인은 기본인데 진짜 가격은 얼마예요?”

어느 한 소비자의 궁금증이다. 보통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 구입에 앞서 권장소비자 가격이나 매대 앞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살펴본다. 하지만 빙과류는 제외다.

지난해부터 아이스크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는 있지만 할인율이 제각각이다 보니 제값 주고 사먹는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빙과업계는 가격을 올려도 유통업체에서 아이스크림을 반값 또는 그 이하로 판매하고 있어 실제 제조사에 돌아가는 이익은 크지 않다고 토로한다. 빙과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표시하려고 해도 유통업체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빙과업계는 제조사들이 소매점 눈치를 보며 출고가를 조절하고,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판매점별로 ‘정가를 알 수 없는’ 가격을 내세워 제품을 판매하는 탓에 제품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이고 수익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헤일로탑’, ‘벤앤제리스’ 등의 국내 진출까지 이어져 이제는 해외 브랜드에 밀려 안방까지 내줘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치열한 유통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잃어버린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 이제라도 정부와 빙과업계가 다시 한번 나서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