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른들은 몰라요’ 아이들 기후걱정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9-09-23 14:22 수정일 2019-09-23 15:26 발행일 2019-09-24 23면
인쇄아이콘
web_120-150
김수환 국제부 차장

어른들은 경제가 걱정이다. 경제가 살아야 기업이 살고 가계가 산다고. 돈이 있어야 아이들에게 장난감도 사주고, 좋은 학교도 보낸다고. 정치계에선 이런 어른들의 마음(=표심)을 잡으려는 경제 메시지가 쏟아진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소주성의 대척점에 선 민부론(民富論)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소주성과 반대로 가면 현 정부에 실망한 기업과 개인들의 표를 끌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여당에선 네이밍만 다르지 ‘이명박근혜’ 정부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대체로 경제가 괜찮으면 다른 건 용서가 되는 시대를 지나왔다. 이를테면 기후변화 같은 문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고속성장 시대는 막을 내렸고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대외여건은 악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는 둔화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무분별한 개발을 용납했던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발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후변화는 아이들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고 있다. 20일(각국 현지시간) 전세계 185개국 수천개 도시에서 아이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기후 파업’을 벌인 이유다. 뉴욕에서 30만명, 베를린에서 27만명, 서울에서도 4000명이 동참한 것으로 집계된다. 시위 주최 측은 사라져가는 미래를 목도하는 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한국의 온난화는 전 세계 평균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한국의 다음세대는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없고 연금 잔고는 탕진됐으며, 이젠 살아갈 땅마저 위태로운 헬조선에 남겨질지 모른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