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 위성신 연출 “100세 시대의 실버콘텐츠, 전세대 아울러야!”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9-03 07:00 수정일 2020-05-29 14:23 발행일 2019-09-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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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서울에서 공연될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의 위성신 작·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

“예전의 ‘실버 콘텐츠’는 올드하다는 선입견이 있었죠. 너무 실버세대들만 소비하게 만들어진다고 할까요?”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9월 21~10월 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위성신 작·연출은 100세 시대의 실버 콘텐츠에 대해 “보편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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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서울에서 공연될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사진제공=예술의전당)

‘늙은 부부이야기’는 사별 후 세 딸, 두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과 날라리 양복쟁이 박동만의 황혼로맨스를 다룬 2인극이다. 

2003년 손종학·김담희 출연으로 초연돼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꾸준히 공연되며 사랑받아왔다. 

죽음을 유쾌하게 다룬 1인극 ‘염쟁이 유씨’, 1990년대 히트곡들에 소박한 가족이야기를 담은 주크박스뮤지컬 ‘당신만이’,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사랑에 대한 사연을 담은 ‘사랑에 대한 다섯 개의 소묘’, ‘치매’를 소재로 한 ‘장수상회’와 강풀 웹툰을 바탕으로 한 황혼로맨스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위성신 작·연출작이다. 

5년만에 서울에서 공연되는 2019년 ‘늙은 부부이야기’에는 김명곤·차유경, 정한용·이화영이 고정페어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자녀와 부모가 같이 보면서 공감할 얘기가 너무 없어요. 실버 세대는 물론 젊은이들까지 전연령대가 함께 보고 공감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콘텐츠가 개발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버 콘텐츠로 부모 세대를 이해하고 세대 간 격차를 해소하는가 하면 앞으로 (자식세대) 스스로도 살아가야 할 세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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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서울에서 공연될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 박동만 역의 김명곤(왼쪽)과 이점순 차유경(사진제공=예술의전당)

이렇게 전한 위성신 연출은 지나치게 현실적일 수도, 마냥 이상향을 추구할 수만도 없는 실버 콘텐츠의 내용적인 균형에 대해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도, 이별이 존재하는 사랑도 비극적”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마냥 우울할 수만도, 현실의 삶에서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노인세대에게 재정적 안정, 가족의 평안 등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설렘이 있는 삶입니다. 설렘도, 기대감도, 만족감도, 성취도 없이 ‘하루를 또 살아냈다’는 것만으로는 삶의 질이 향상되질 않거든요. 많은 이들이 실버세대를 두고 ‘다 살았는데 무슨 성취감이 필요하냐’고들 하시죠. 하지만 사랑과 설렘,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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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서울에서 공연될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 박동만 역의 정한용(왼쪽)과 이점순 이화영(사진제공=예술의전당)

이어 “일자리 창출, 경제적 안정 등도 필요하지만 제2의 청춘으로 접어들면서 가장 응원이 필요할 때가 사랑할 때”라며 “이별, 죽음 등이 정해진 노정(路程)이지만 삶이 슬프지 않게,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도록,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건 사랑”이라고 덧붙였다.

“100세 시대잖아요. 어차피 실버들의 복지는 향상될 거예요. 하지만 그들을 위한 문화콘텐츠는 다양하질 못하죠. 일상 뿐 아니라 좀 더 크게 바라보며 ‘농총 총각 살리기’를 했던 것처럼 ‘실버 살리기’를 위한 정부, 관련 단체 등의 전방위적인 정책수립과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