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마라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9-07-22 13:01 수정일 2019-07-22 13:17 발행일 2019-07-23 19면
인쇄아이콘
한장희 증명사진
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연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대일 강경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개인의 자격에서다. 조 수석의 발언에 응원을 보내는 목소리도 있지만 좀 더 신중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본 아베 정부의 역사의식 부재와 정치적 입지를 위한 이번 행태가 졸렬하기 그지없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개인적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 수석 자신도 빠른 시간 안에 외교적 해결이 가장 좋은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통해 사태를 점점 악화시키려는 모습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

조 수석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점은 또 있다. 비판의 화살이 국내 내부로도 향하고 있는 점이다. 외부의 적과 싸울 때는 내부의 갈등을 접어두고 단합된 힘으로 외부와 맞서야 한다. 대응 방식 등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 간극을 좁히고 하나 된 힘과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결과야 어찌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이 국민들에게 환영 받았던 점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그러나 조 수석의 발언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모두 다 배척하는 듯하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한일 갈등 사태를 이용해 자기 정치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러한 의혹의 목소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흘러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적극 활용, 국민들에게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세력에는 사실상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면서 ‘반일 열사’ 이미지를 구축해 대선가도에 뛰어드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들은 아직까지는 가설이다. 어쩌면 오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조 수석의 발언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