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재량근로제인가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19-07-07 14:44 수정일 2019-07-07 14:45 발행일 2019-07-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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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지난 1일부터 증권가를 비롯한 금융권(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도입됐다. 지난해부터 시행됐으나, 증권가는 특례업종으로 인정돼 1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진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재량근로제 대상으로 ‘금융투자분석(애널리스트)’과 ‘투자자산운용(펀드매니저)’ 직군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의 질(質) 내지는 성과가 중요한 직종에서 업무수행방법을 노사가 합의해 결정하는 제도로, 52시간 근무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증권사 중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 재량근로는 사측의 재량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정부 스스로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확대 공약을 파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업무량이 일정하지 않은 투자은행(IB) 부문과 해외주식 부문은 재량근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점도 비판받고 있다. IB 업무 중 해외 거래로 인해 야간에 근무를 해야 하고, 해외주식도 업무 특성상 밤 늦은 시간에 근무해야 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52시간 근무제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도입됐다. 노동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제도라는 뜻이다.

따라서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환영했던 직군에 굳이 재량근무제를 도입하고, 52시간 근무제를 반기지 않았던 직군은 재량근로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52시간 근무제인가.

이르면 이번 주 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사람’을 보고 업무 특성을 더 꼼꼼히 살펴야 하며,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유연성 있게 움직여야 할 때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