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 휴업’ 누굴 위한 규제인가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19-07-03 14:25 수정일 2019-07-03 14:26 발행일 2019-07-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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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양길모 기자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2012년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시행 7년이 지났다. 7년이 지난 지금 전통시장은 얼마나 더 활성화됐을까?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9조9000억원 수준이던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7년 22조6000억원으로 증가해 연평균 3.4% 가량 성장했다. 매출이 늘기는 했지만 경제성장률 수준에 머문 것이어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의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이 기간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하던 대형마트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려 있다. 신규 출점 제한 및 의무 휴업 등의 규제로 성장이 정체되고, 최근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하면서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단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승승장구하던 대형마트가 침체를 맞았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소상공인들은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전통시장이 어렵다며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합쇼핑몰부터 백화점, 면세점까지 의무 휴업일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월 2회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월 4회로 늘려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형마트가 주말마다 문을 닫는다면 전통시장이 활성화될까? 굳이 전통시장에 가서 식자재를 구매하기보다는 퇴근길 스마트폰 클릭 몇 번만으로 다음날 새벽 집 앞에까지 가져다 주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새벽 배송을 이용하지 않을까. 그러면 정부는 이번에는 이커머스 업체들을 규제할 것인가.

정부가 진정으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위한다면 다른 산업을 규제하는 대신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고민하는 게 먼저다.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