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암호화폐 시장 '교각살우' 안 된다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19-07-01 15:08 수정일 2019-07-01 18:10 발행일 2019-07-02 23면
인쇄아이콘
2 (6)
김상우 산업IT부 차장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은 ‘오사카 선언’을 발표하며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을 수용하면서 디지털 자산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인식을 보여줬다. 금융위는 ‘핀테크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 논의 결과를 발표하며 ICO, 암호화폐를 활용한 해외송금, 금융사의 암호화폐 보유 등 관련 규제 23건은 1건도 허용하지 않았다. 

오사카 선언을 통해 “암호자산이 글로벌 금융 안전성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 동의한 상황이지만 속내는 ‘암호화폐=투기’라는 인식이 여전함을 보여준 행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관련 업계는 최악의 경우 몇몇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가 시장에서 모조리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사실상 신규계좌 개설이 이뤄져야 규제안에 맞춘 영업이 가능하지만 이를 풀어주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정부가 만약 암호화폐 거래소 대다수를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면 블록체인 시장에도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개발과 운영을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은 악(惡)이고 블록체인 기술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의 오류를 입증하는 결과를 떠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 당국은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시장 전체를 몰살시킨다면 훗날 엄중한 역사적 평가가 뒤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향후 ICT 산업의 경쟁력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일이기에 감정적 개입을 전면 배제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김상우 산업IT부 차장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