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트럼프-시진핑의 당분간 ‘동상이몽’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9-06-30 13:53 수정일 2019-06-30 15:05 발행일 2019-07-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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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국제부 차장

‘반전을 거듭하다 서프라이즈 없는 휴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9일 무역담판 결과다. 두 정상은 추가 보복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예상됐던 시나리오의 하나였지만,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 양측의 기싸움은 치열했다. 회담 직전까지 설전을 벌인 양측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장에서도 두 정상의 대화는 동문서답으로 엇갈렸다.

이는 회담 전 악수하는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한 바디랭기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담판을 시작하기 전 시진핑 주석과 악수를 나눌 때 보인 행동이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 위해 힘을 과시하는 제스처였다고 분석했다. 또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협상에 완전히 열려있다’고 말했으나 사실 그의 제스처는 그 반대임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경우인 협상판이 깨지는 상황은 피하려는 모습이 바디랭기지로 포착됐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도 협상 결렬을 바라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오면 끝까지 싸울 것임을 분명히 해 왔다. 회담 직전까지 ‘북한카드’,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등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더니, 회담장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굴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휴전 합의는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격화하면 재선 도전에 리스크를 안게 되는 트럼프가 미국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중국을 일으키려는 시진핑과 당분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을 선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반짝 해빙무드는 언제든 무역긴장 격화로 치달을 수 있는 폭탄이 내재돼 있기에 우려스럽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