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유정’ 신상과 징계 의료인 정보 공개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19-06-19 13:50 수정일 2019-06-19 14:05 발행일 2019-06-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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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진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별로 달갑지 않지만 최근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이 언론 보도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내가 이름과 얼굴까지 기억하게 된 건 신상 공개 결정이 이뤄진 후다. 언론 특히 TV 뉴스는 실명은 물론 얼굴까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피의자의 신상 정보 공개는 알권리 충족 등의 취지에도 여러 부작용도 있고 실제 유효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이 피의자의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되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법에 따라 징계를 받은 의료인, 특히 의사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단계라고는 했지만 추진 의지가 적지 않아 보였다. 현재 징계 의료인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다. 또 의사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하지만 이번은 분위기가 다르다.

의료인은 자타 공인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고도의 전문 지식을 요한다. 그래서 길고 엄격한 교육을 받고 높은 윤리 의식을 요구 받는다. 아직도 ‘의사선생님’으로 많이 불린다. 사회적 존경심을 담은 표현이다. 이에 법에서도 의료인의 부당한 진료 행위나 품위 손상 다소 엄격한 규정을 둬 자격정지 등의 징계를 할 수 있게 했다.

의료인의 사회적 위치는 바꿔 말하면 환자 일반에는 신의성실의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의료인은 부당하거나 불성실한 진료, 환자 소홀 등을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의사가 징계를 받았다는 건 이 신의성실의원칙이 손상된 것이다. 그러면 의료 소비자는 이 신뢰를 져버린 의료인이 누군지 알권리가 있다. 또 심각한 부당 행위를 한 의료인이라면 진료를 받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본다. 모쪼록 정부의 의료인 징계 정보 공개가 합리적으로 추진 돼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 주기 바란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