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현민 복귀'를 향한 곱지않은 시선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19-06-12 15:11 수정일 2019-06-12 15:12 발행일 2019-06-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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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산업IT부 기자

지난해 4월 ‘물컵 갑질’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년2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조 전무는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발령을 받아 10일 첫 출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측은 이번 조 전무의 경영 복귀에 대해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조 전무의 ‘물컵 갑질’이 나비효과가 되어 오너 일가의 갑질은 물론 탈세 등 각종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그룹을 위기로 내몰았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설명 하나로 공감을 얻기엔 너무 많은 사안들이 얽혀있다.

결국, 조 전무의 경영복귀는 총수의 자녀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직함을 갖게 되는 ‘족벌경영’의 한계와 그룹의 자정능력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말에 공감을 얻기가 더 쉬워보인다.

우리나라에는 해외 주식시장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주홍글씨가 왕왕 따라붙는다. 이런 낙인이 찍히는 이유 중 하나로 총수일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부재가 꼽힌다. 이에 총수의 독단경영 등으로 인한 우발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주식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다.

실제로 물컵 갑질 당시는 물론 조현민 전무의 경영복귀 소식에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결국, 조 전무의 무리한 경영 복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한번 더 입증한 꼴이다.

세습경영의 고리를 끊어낼 방법은 무엇인가? 낙후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없는가? 오너일가 리스크로 인한 주주의 고통은 누가 보상하나? 이사회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여러 물음에 앞서 언제 물컵이 날아들지 모르는 ‘공포의 회의’에 참석해야 할 직원들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다.

이효정 산업IT부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