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운명의 6월' 삼성, 이젠 날개 달까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06-03 15:03 수정일 2019-06-03 15:04 발행일 2019-06-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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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움짤(움직이는 사진)이 하나 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 건설현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손짓까지 써가며 “이거 들어가는 돈이면 인천공항 3개 짓습니다. 이 건물 하나 짓는데요”라고 언급했던 장면이다.

연신 밝은 미소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에 일부 누리꾼들은 “진심으로 신났을 때 나올 수 있는 표정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삼성의 상황을 보면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표정에서는 ‘기쁨’보다는 ‘절실함’이 느껴진다.

이 부회장이 ‘운명의 6월’을 맞이했다. 이르면 이달 중 대법원의 최순실 국정농단 뇌물사건의 상고심(최종심) 선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3년간 이어진 지루한 수사의 종지부를 찍고 불확실성을 해소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가 대법원의 국정농단 뇌물사건 판단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두 사건은 별개의 건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결과에 따라 뇌물공여의 새로운 증거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고위 임원들이 차례로 구속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분식회계 의혹 관련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삼성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기업 기 살리기가 별게 있을까. 의혹은 배제하고 사실에만 집중해 하루빨리 기업들이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