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돈’ 금감원 사냥개 한지철, 언제쯤 현실에 나타날까?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9-06-02 15:25 수정일 2019-06-02 15:28 발행일 2019-06-03 23면
인쇄아이콘
작은거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올 초 개봉한 영화 ‘돈’은 여의도 증권가를 조명하면서 증권맨 사이에서 한동안 뜨거운 주제였다. 포스터에 적혀진 ‘평범하게 벌어서 부자되겠어?’라는 문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는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남의 집 앞에 함부로 찾아와도 돼요? 거기 감독만 하는 데니까 영장 없잖아요. 경찰도 아니면 앉아서 모니터나 보셔야지.” 이는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끈질기게 자신의 뒷조사를 하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 분)에게 남발하는 대사다. 이는 강제수사가 불가한 금감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제 금감원이 영화처럼 경찰을 지휘하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노(No)’다. 금감원은 조사만 가능하고 압수수색이나 체포, 구속영장 청구, 출국금지 요청 등 강제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초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수사 범위를 증선위원장이 정하는 긴급조치 사건으로 한정하기로 하고, 정보차단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특사경은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과 같은 수사권한을 가진다.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금감원 직원도 통신기록 조회, 압수수색 등을 활용한 강제수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로 예상됐던 특사경 출범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특사경의 역할과 활동 반경, 예산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탓이다.

동력을 내야 할 관련기관에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는 건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을 꺾는 일이다. 밥그릇 싸움이라면 특사경 도입 목적을 되짚어 보길 바란다. 만약 한지태가 특사경이었다면 어렵게 돌고 돌아 조일현을 쫓는 일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극중 작전의 미끼를 물은 다수의 희생자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