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뿐인 반성’…뻔뻔한 코오롱생명과학에 고함

송영두 기자
입력일 2019-05-30 09:33 수정일 2019-05-30 09:39 발행일 2019-05-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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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두 산업/IT부 기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국산 29호 신약’ 등 각종 화려한 수식어로 대한민국 제약 바이오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듯 했던 인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 취소를 결심하면서 씁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즉, 코오롱에서 파생된 두 기업의 합작품인 인보사는 허위 자료와 은폐로 허가받은 거짓말 치료제라는 비아냥 대상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인보사를 처방받은 3700여명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가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주식을 사들였던 주주들도 결국 피해자가 됐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8일 “최근 회사 일로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애초 지난 4월 1일 인보사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에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자 코오롱티슈진 대표인 이우석 대표는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그런데 이우석 대표와 코오롱생명과학의 사죄는 진심이었을까. 적어도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코오롱생명과학은 조작과 은폐는 없었다는 입장이고, 허가 취소를 내린 식약처와는 대립각을 세우려 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연일 필자를 비롯해 일부 기자들에게 식약처 험담을 하기 바쁘다. 물론 식약처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거짓 자료를 별 의심없이 살펴보고 허가 해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도 수많은 직접적 피해자를 양산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를 비난하고 있다.

사실 인보사에 대한 의문은 그동안 업계에 파다했다. 필자는 애초 이번 인보사 사태가 터지기 전인 1월부터 인보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2018년) 9월 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인보사 급여 등재 신청을 했다가 3개월 뒤인 12월 급여 등재 신청을 자진 취소했다. 보통 급여 가격 문제로 심평원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취소하는 경우는 있지만 인보사 같은 케이스로 회사 측이 먼저 취소하는 경우는 굉장히 흔치 않다는 것이 당시 심평원 관계자 설명이었다.

후속 취재 결과 건강보험 급여절차 과정에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라는 인보사가 4만원~5만원하는 기존 치료제보다 더 나은 효과가 있는지 입증할 수 없다”는 전문학회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복수의 학회 관계자 및 대학병원 교수를 통해 “인보사는 가격이 700만 원이 넘는 고가약이지만 지금까지 임상결과로는 4만원~5만원인 기존 약에 비해 우수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제약사(코오롱생명과학)가 해외에서 영업 마케팅을 적극 펼치면서 너무 앞서 간 측면이 있다. 용두사미로 끝나면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돼 대한민국 의료 및 제약 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까 우려된다”는 증언도 확보한 바 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는 고스란히 현실로 다가왔다. 식약처 조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허가에 불리한 자료는 고의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처방 환자와 주주 등 피해자를 양산시켰다. 이번 인보사 사태는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헤드라인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보사가 거짓말 치료제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진심어린 반성은 커녕 “식약처 좀 까 주세요”라고 부탁(?) 아닌 부탁하던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에게 고하고 싶다.

“제발 좀 정신 차리세요.”

송영두 기자 songzi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