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내대표들의 '술잔' 이 쇼가 아니길

표진수 기자
입력일 2019-05-22 13:18 수정일 2019-05-22 13:27 발행일 2019-05-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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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정치경제부 기자

서늘한 바람이 부는 초여름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맥주회동’을 가졌다. 보통 원내대표들은 만남 자체를 비공개로 한다. 그러나 이번 여·야 3당 맥주회동은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회동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만든 자리다. 오 원내대표는 취임 첫날 이 인영원내대표를 찾아 “맥주 잘 사주는 형님이 돼 달라”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는 흔쾌히 승낙했다. 여기에 ‘밥 잘사주는 누나’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 셋이 술 한 잔 하자고 제안해 만들어 졌다.

현재 국회는 강원도 산불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부터 민생 입법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그동안 국회는 지속적으로 협치를 외쳤다. 하지만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일부 의원들은 과거 ‘동물국회’로 회귀한 모습도 보였다.

국민들은 이날 회동이 ‘동물국회’ 이후 모처럼 열린 ‘맥주회동’이기 때문에 진솔한 얘기를 터놓는 자리라 생각하고 국회 정상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알맹이 없이 끝나면서 결국 ‘쇼’를 한다는 국민들의 핀잔만 들었다.

그래도 이날 열린 맥주회동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쇼’가 아닌 ‘쇼’를 시작하는 예고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들도 여전히 ‘일하는 국회’를 기다리고 염원하고 있다. 여·야 3당의 원내대표의 맥주회동이 단순 원내대표 당선을 환영하는 술자리를 떠나서 국회 정상화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맥주회동’을 통해 술잔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바에 귀 기울일 차례다.

민주주의는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발언 할 수 있는 만큼 정파간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에서 더 소중한 가치는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표진수 정치경제부 기자 vyv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