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중 무역협상 ‘윈-윈’과 파국 사이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9-05-16 15:07 수정일 2019-05-16 15:08 발행일 2019-05-17 19면
인쇄아이콘
web_120-150
김수환 국제부 기자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전쟁뿐만 아니라 현재 양국 정상이 처한 국내정치적 상황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2020년 재선을 목표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강공 전략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절대권력 시진핑은 ‘집권 2기’(2022년까지)에 경제성장이라는 성과가 필요하다. 또 미국에 무릎 꿇는 모습은 대륙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두 스트롱맨이 무역전쟁에서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이유다.

트럼프가 자신의 주장대로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의 구조개혁과 법제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연간 대중 수입액 전체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매기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지지층에게 내세울 게 있다.

시진핑이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미국의 관세폭탄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위협하는 구조개혁을 막고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것도 적당한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무역합의도 일방적인 양보는 곤란하다.

두 정상이 원하는 바는 이처럼 충돌을 일으킨다. 한쪽이 승리하면 다른 한쪽은 지게 되는 제로섬 게임 같다. 당사국은 물론이고 한국 등 대다수 주변국에도 이로울 게 없다. ‘윈-윈’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자면 우선 미국은 갱스터처럼 중국에 불필요한 품목까지 수입을 강요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중국이 최소한 굴욕적인 협상을 했다는 자국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말이다. 중국은 또 미국의 구조변화 요구를 내정간섭으로 여기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환경 속에서 기업과 국가 체질을 개혁하는 것은 결국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도움이 된다. 미중 무역협상, ‘윈윈’이 아니라면 남은 건 파국뿐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