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SK '배터리 전쟁' 유감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9-05-15 14:56 수정일 2019-05-15 14:57 발행일 2019-05-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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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산업IT부 차장

최근 소송전으로 치달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전쟁’을 보고 있자면 씁쓸함마저 든다. 두 업체는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 산업 중 하나인 배터리 업계의 대표주자로, 수출 등에서 역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욕심 같아선 두 업체의 싸움을 떼어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LG화학이 지난달 29일,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지방법원 등에 제소하는 한편 ITC에 SK이노베이션 제품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자,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도 강력 대응에 나설 태세다.

특히 LG화학이 낸 소송의 성격이 국내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원재료)이 미국 내로 반입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취지인 만큼,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현지 시장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LG화학 등 전체 배터리 업계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소송전이 양측에는 향후 ‘선의의 라이벌’을 잃을 수 있는 ‘양날의 검’ 내지 ‘치킨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선 양측 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법원을 통해서라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배터리 분야 국가대표급 기업들의 신경전이 어떻게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됐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그동안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마저 최근 들어 힘이 빠지는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 중국업체들로부터 따라잡힐 위기이고,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경우 직격탄이 우려되고 있는 산업계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이를 감안해 두 업체 모두 삐뚤어진 뿔 하나를 바로잡으려다 소까지 잃은 옛 중국 농부의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박종준 산업IT부 차장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