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배지가 낳은 괴물’들에겐 의회 민주주의는 없었다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9-04-29 09:47 수정일 2019-04-29 09:50 발행일 2019-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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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증명사진
정치경제부 한장희 기자

최근 국회를 보면 국회의원들을 ‘금배지가 낳은 괴물’로 명명하고 싶다. 최근 유튜브나 아프리카 방송 등 1인 방송 BJ들이 시청자들이 주는 사이버머니인 ‘별풍선’을 받기 위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쳇말로 ‘별풍선이 낳은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에 빗댄 것이다. 지난주 국회의원들의 모습에선 이성에 의한 대화는 없었고 하는 행동은 딱 괴물 같았다. 오죽하면 동물국회가 부활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겠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여러 이유를 대며 정당성을 부여하려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자신의 금배지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모습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당에서 정해놓은 기본적인 규칙과 사보임에 대한 약속도 어긴 정당이 있는가 하면 각 회의장과 국회 의안과를 육탄으로 점거한 정당도 있었다.

여당의 모습도 결코 온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자신들이 처리하고 싶은 공수처 법안과 소수야당들이 처리하고 싶은 선거법을 연계해 두 법안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정국에 무한한 책임을 쥐고 있는 여당이 한국당을 얼마나 설득했는지, 오히려 한국당을 자극시켜 장외로 내보낸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이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대내외 경제여건에는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국민의 삶은 점점 고달파지고 어려운데 정작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는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여당은 그 창의적인 머리로 야당을 설득할 묘안을, 야당은 국회를 점거할 체력과 열정으로 협상과 법안처리에 나서지 않는다면 1년 뒤 목숨처럼 아끼는 금배지를 국민들이 직접 떼어 줄 것이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