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크린 상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극장에서 볼' 영화를 만드는 것!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9-04-28 15:08 수정일 2019-07-21 15:12 발행일 2019-04-29 23면
인쇄아이콘
20190317010005653_1
이희승 문화부 차장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극장계의 기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세계 엠바고(보도유예)가 끝난 25일 이후 스포일러를 안 보고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당분간 SNS를 끊는 것은 물론, 3시간의 러닝타임을 버티기(?)위한 나름의 팁들이 공유되고 있는 것. 

기자들 사이에서도 당일 점심미팅 금지, 시사 한 시간 전부터 음료수를 마시지 않기 등 웃픈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문제는 영화가 개봉 된 후부터다. 상당부분 스포일러를 밝힌 기사들에는 테러에 가까운 악성 댓글이 달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여러가지 힌트를 남기며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스포일러를 밝히지 않은 사람이 지구의 평화를 구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도대체 ‘어벤져스:엔드게임’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일까. 일단 영화의 긴 상영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년 간의 대장정이 마무리 되는 만큼 전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히어로들의 활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제는 97% 육박하는 예매율 후 불거진 스크린 상한제 상영비율이다. 과거 영화 ‘괴물’이 스크린 수 30%를 돌파했을 때가 애교처럼 보이는 이 엄청난 수치는 선택의 다양성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되묻는다.

영화 한 편이 독점하는 비중을 줄이기 위해 극장에서 할당하는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이 법안은 현재 관련 법만 4개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할리우드 영화 뿐만이 아니라 국내 작품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선택할 기회를 모두에게 골고루 보장한다는 취지가 공통된 이슈다. 일각에서는 과연 이 법안들이 통과된다한들 영화계에 다양성이 이뤄지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국내 영화의 독과점 상영은 잠잠하고, 왜 마블영화가 나올 때마다 이슈가 되느냐는 사람도 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개봉되기 전 국내 극장가는 극심한 비수기를 겪었다. 

이제는 더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시대다. 굳이 영화관에서 봐야 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것. 할리우드는 ‘어벤져스’시리즈를 통해 10년의 대장정을 마쳤고, 이미 변하고 있다. 국내 영화계도 이제 멀어보이지만 가까운 걱정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