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입자 속만 오지게 태우는 '최초 5G'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04-18 15:04 수정일 2019-04-18 15:06 발행일 2019-04-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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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고대하던 5G 시대가 개막됐다. 한국은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눈치싸움 끝에 간신히 ‘세계 최초 5G’ 타이틀을 지켜냈다. 이달 초 국내 소비자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5G 상자를 열어봤다. 하지만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5G 네트워크 장비는 수도권과 일부 주요 도시에만 집중돼 있다. 전국망은 2022년이 돼서야 구축이 완료된단다. 일부 가입자들은 핸드오버(5G-LTE 전환) 순간 데이터 먹통 현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단말기를 껐다가 켜야 원복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당황한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을 바라봤다. 가관이다. 업계 순위를 바꿀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너도나도 요금제 경쟁이다. 단말기 유통법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 공시지원금 고시 절차는 무시하고 과태료를 불사하며 고객 유치에 혈안이다. 완전 데이터 무제한을 외쳐놓고 뒤로는 몰래 일 사용량 제한 조항을 넣었다가 급히 삭제했다. 악성 헤비유저들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만큼 데이터를 소비할 환경도 안된다.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자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대표들은 잇달아 품질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가짜 무제한 요금제를 앞다퉈 발표했던 것과 달리 누구 하나 진심이 담긴 피해 보상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차피 커버리지와 품질 개선은 시간 문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탕수육을 시켰는데 군만두가 나왔다. 가만히 있을 사람이 있을까. 5G를 시켰는데 LTE가 나왔다. 그리곤 5G 요금을 받는다.

아는 사람만 쓰는 제휴 혜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서비스 품질에 맞는 가격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다. 실수로 군만두를 내줬으면 차액은 돌려주는 것이 맞다. 헤비유저가 걱정되면 서비스 안정화 후 고가의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면 된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