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날의 검' 실검 마케팅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19-04-14 14:07 수정일 2019-04-16 17:22 발행일 2019-04-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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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이커머스 업계에 이어 패션업체까지 포털 인기검색어를 이용한 이른바 실검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여성 속옷 브랜드 원더브라는 지난 9일 하루 동안 실검 순위 1위에 오를 경우 속옷 제품을 9900원에 판매한다고 내걸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위메프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포털 검색을 통해 유입하는 소비자에 한해 할인 쿠폰을 주기 시작했다. 이에 뒤질세라 티몬도 포털에서 ‘티몬데이’ 키워드를 검색한 고객에게 할인 쿠폰과 적립금을 제공했다.

기업 입장에서 실검 마케팅은 유용한 마케팅 수단으로 꼽힌다. 검색 빈도를 끌어올려 포털 인기 검색어에 올라가면 단시간 내에 얻는 홍보 효과는 물론 검색어를 보고 온 잠재 소비자까지 추가로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업체가 내건 특가상품은 수량이 적고 1~2분 내로 품절돼 구매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낚시성 혹은 꼼수 마케팅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업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포털 검색어의 허점을 파고들어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홍보 효과를 노린 실검 마케팅이 오히려 기업의 불신을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실검 마케팅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검색어 순위를 임의로 조정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해 현재로선 마땅한 해결 방안도 없다.

“포털의 인기 검색어 시스템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방식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매출이 나오는 창구이기 때문에 실검 마케팅을 활용한 업체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의 말이 씁쓸하게 들릴 뿐이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