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의 불행을 기회 삼는 투자자들에게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19-04-11 15:22 수정일 2019-04-16 17:22 발행일 2019-04-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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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한진칼 우선주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만6000원대에서 3만6300원까지, 3일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다. 대한항공 우선주도 마찬가지다. 3일만에 1만3800원에서 2만3900원까지 급등했다. 2000주대에 불과하던 거래량도 100만주대까지 폭증했다.

주가를 두 배 끌어올릴 ‘대단한’ 호재는 없었다. 한진그룹의 주가 급등은 다름아닌 조양호 회장의 별세 소식 이후다.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이유다.

이 기간 한진그룹주에 고수익을 노리는 ‘개미’들이 몰렸다. 개인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거래일간 한진칼을 921억원, 대한항공을 13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 조 회장의 별세가 반드시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진칼은 대차거래 상위 종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차거래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리는 ‘공매도’ 기법의 선행 지표다.

지난 5일에는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 일대 산불 소식으로 일명 ‘소방주’로 알려진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소방차 제조업체 나노메딕스는 장중 13.54%, 방재용품 생산업체 파라텍은 22.45% 올랐다. 이들은 장 마감 직전 상승폭을 반납하며 각각 0.95%, 1.32% 상승 마감했다.

소방주의 급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항 지진이 발생했던 2017년, 전국 규모의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2005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했던 2003년에도 소방주는 급등했다. 당시 여론은 이들을 ‘무정하다’,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건 사실이고, 이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지배구조개선 소식이 기업에 호재인 것도 맞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망과 자연 재해를 기회삼아 ‘대박’ 친 투자자들에게, 지금 어떤 기분인지 묻고 싶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