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금알 낳던 면세점’ 배는 누가 갈랐나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19-04-09 06:00 수정일 2019-04-16 17:23 발행일 2019-04-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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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모 기자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황금알을 낳은 거위’, ‘고속성장을 위한 황금티켓’, 한국 관광대국의 중심‘, ’쇼핑 관광 한류의 최전선‘

이 모든 말이 불과 2~3년 전까지 면세점을 대표하던 말이었다. 당시 면세점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들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쟁을 치렀다.

롯데와 신라 양강구도였던 면세점은 이후 관세청이 추가 특허권을 내주며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두산, 하나투어 등이 합류하며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면세사업자들이 늘어났음에도 각 업체들은 저마다 행복한 장미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이 즐거운 상상은 천재지변과도 같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산산조각 났다. 롯데 성주골프장 부지가 사드 부지로 낙점되면서 롯데만에 불행이 아닌 면세점 업계 전체의 불황이 시작됐다.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단체 관광객이 뚝 끊겼고 이 제재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당장이야 유커들을 대신할 따이공이 있어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그 따이공들까지 발길을 돌린다면 몇년 전 한진과 AK플라자가 면세점을 포기 했듯 사업 포기 및 매각을 논의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30여년 전 88올림픽 이후 면세점은 부흥을 맞아 30개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주고객이었던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국내 면세점은 급격히 쇠퇴의 길을 걷게됐고, 부산 신라와 서울 파라다이스면세점 등 10개가 문을 닫았다. 이후 외환 위기 직후 지금의 롯데와 신라 등 11곳이 살아남았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차라리 정부에서 면세점 업계에 관심이 없던 시기가 면세점의 최고 정점이었다”며 “마치 30여년 전 상황을 다시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부를 위해, 정부에 의해, 정부 때문에’ 면세점 업계가 30년전 악몽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보듯 농부는 결국 거위의 배를 가른다. 거위를 잃은 농부는 ‘과유불급’이라는 절대적 진리를 뒤늦게 파악하고 후회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사드 문제 해결에 위해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