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사 과열경쟁, 5G산업 판 깰라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9-04-03 15:01 수정일 2019-04-16 17:24 발행일 2019-04-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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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산업IT부 차장

오는 5일,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달아오르고 있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간 요금 경쟁이 위험수위다. 이 같은 모습은 당국으로부터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과거 통신 시장에 만연한 보조금 경쟁과 유사한 경향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KT가 지난 2일 용량과 시간 제한 없는 ‘월 8만원’ 요금제를 꺼내 든 이후 LG유플러스도 이에 맞서 무제한 요금제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도 전례에 비춰 향후 업계의 무제한 요금제 행보에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G 요금제를 둘러싼 이통 3사 간 과열경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이통 3사가 지난 20일,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 기준보다 많이 지급하다 당국에 적발돼 수십억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받은 선례도 무시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갤럭시S10가 출시된 이후 이통사들 사이 5G 요금제 고객 확보를 위한 판촉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리베이트 제공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5G 상용화가 통신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5G는 산업계 전체에서 통신 기술을 넘어 현재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의 부진에 따른 저성장의 장기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를 만회해줄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G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율주행,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신성장 동력 사업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따라서 상용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요금 경쟁을 벌이는 통신사들의 행태가 자칫 전체 ‘판’을 깰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통신사들의 요금경쟁이 ‘5G 시대’에 2000년대 ‘IT 신화’를 재연하는 마중물이 아니라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준 산업IT부 차장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