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판은 재판, 일은 일'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8-09-20 15:17 수정일 2018-09-20 15:18 발행일 2018-09-21 19면
인쇄아이콘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기업을 향한 우려와 시각에 대해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달 초 규제개혁 읍소를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 당시, 기자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혁신성장을 위한 재계의 규제혁파 노력이 기업을 바라보는 일각의 편견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초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평창동계올림픽을 지원한 주요 그룹사 대표들을 초청해 신년 다짐회를 열였다. 당시 참석 인원이 많아 좁은 공간을 파고 들며 이동하고 있을 때, A기업 회장이 다소 머쓱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몸을 움츠려 길을 터줬다. 대기업 경영진들은 매우 권위적일 것이라는 평소 인식과 다른 행동이라 다소 신선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적폐’라는 낙인이 찍힌 이후, 거의 모든 투자나 사업 추진에 있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론에 반박하기 위해 지난 달 국회에서 열렸던 정책 토론회에서도,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의 실효성·적합성보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다를 바 없다’라는 프레임에 치중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재판은 재판, 일은 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3차 남북정상회의 참석명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함된 것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절차 상 문제가 없다면 주변의 시선과 상관 없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다.

과거 일부 기업들이 실망스런 행태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에 준하는 심판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형화 되지 않은 의혹과 비판으로 기업들을 위축시켜 경제 회복의 ‘골든아워’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