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즉위 600주년 세종의 창조적 습관과 숨겨진 이야기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 ‘조선 왕 시크릿 파일’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9-12 07:00 수정일 2018-09-16 18:44 발행일 2018-09-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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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멘토 이홍의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등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필요한 창조 솔루션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의 박영규 작가 신간 ‘조선 왕 시크릿 파일’, 세종 뿐 아니라 태조, 태종, 세조, 숙종, 연산군, 영조, 정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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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녕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세자가 따를 바가 아니구나.”

형 양녕대군도, 아버지 태종도 아직 왕자이던 시절의 충녕대군을 이렇게 평했다. 그들의 말에는 세자인 자신을 제치고 문무대신들과 백성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아우에 대한 질시, 아들의 학문, 지혜로움에 대한 감탄과 대견함이 담겼다.

올해는 세종대왕의 즉위 600주년이 되는 해다. 여주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KBS한국방송이 공동주최하고 HJ컬쳐가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뮤지컬 ‘1446’(10월 5~12월 2일 국립중앙발물관 극장 용)도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이도와 위대한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 두권이 출간됐다.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와 ‘조선 왕 시크릿 파일’은 각각 이름난 창조 멘토와 대중화에 앞장섰던 역사 전문 작가의 시각으로 풀어낸 왕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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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 국내 최고의 창조멘토 이홍 교수가 밝혀낸 세종의 놀라운 5가지 습관 | 이홍 지음 | 더숲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는 경영전문가이자 창조 멘토인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 교수의 신간이다.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술 발달로 인한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사회에 논하는 600년 전 왕의 이야기. 

이 교수는 책에서 왜 지금 세종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1983년 일본의 이토 준타로 교수 등이 전세계 과학적 성과물을 정리한 ‘과학사기술사전’은 암호와도 같은 ‘C4, J0, K21, O19’로 15세기 초중엽의 국가별 과학적 성과를 정리했다.

각 알파벳은 명나라 시절의 중국(China), 막부시대의 일본(Japan), 조선의 한국(Korea), 유럽과 중동 등 기타 국가(Others)의 초성이며 숫자는 각국이 시대가 눈여겨볼 만한 과학적 성취를 이룬 건수다.

조선의 21건, 이 시대는 세종 재위시절과 일치한다. 과학자 장영실, 주조술의 대가 이천, 천문학자 이순지, 12음계를 창조한 음악가 박연 등 세종시절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차고도 넘친다.

책은 “왜 세종시절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세종실록’ ‘필원잡기’ 등 역사적인 기록, 전문가들의 평가, 현대 창의성 이론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더불어 세종 재위시절에 창조성이 폭발한 이유를 세종의 개인적인 5가지, 리더로서의 5가지 창조습관으로 정리했다.

그 각각의 다섯 가지는 창조적 요동·지향성·에너지·개방성·흡수역량(개인) 그리고 생각 확장시키기·생각 섞어 전체 보기·생각 증폭하고 통합하기·초월적 목적함수 설정하기·분노 조절하기(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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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연합)

책은 측우기, 훈민정음 등 세종시절의 일화 및 성공사례는 물론 3M, 커피믹스, 구글 글라스 등 현대 기업들에 각 창조습관을 관통시킨다. 문제를 발견하고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는 창조적 요동 습관부터 왜라는 질문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창조적 지향성,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창조적 에너지, 외부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는 창조적 개방성, 학습하는 창조적 흡수역량 등 개인적인 5가지 창조습관의 출발점은 늘 백성이었고 성공키워드는 공감이었다.

‘세종이 만들어낸 창조의 세계’ ‘세종의 창조습관’ ‘인간, 세종’ 3개 부에 11개 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제10장 ‘세종도 인간이었다’다. 이 장에서 저자는 그의 공적 뿐 아니라 과, 인간적 실수, 세종을 둘러싼 오해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버지 태종에 대한 경외를 넘어선 불편함, 형 양녕대군과의 심리 경쟁에서 저지른 인간적 실수를 비롯해 아들 사랑이 넘치는 통에 국법을 어겼던 일, 정책적 실패 등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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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 시크릿 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들의 인성과 사생활 이야기 | 박영규 지음 | 옥당

그 장의 말미에는 “그 행동을 보고 그 이유를 살피며 그 동기를 관찰하면 그 사람됨이 어찌 숨겨지겠는가?”라는 ‘논어-위정편’에 실린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에서 언급한 그 사람됨은 ‘조선왕 시크릿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가 ‘창조’에 초점을 맞춰 세종과 그의 공적을 끌어내 다각적으로 분석했다면 ‘조선왕 시크릿 파일’은 이해하기 쉽게 에피소드들을 정리했다. 

세종대왕 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 태종, 아들 세조 등까지를 아울러 전후 사정을 따져보고 아들로서 혹은 아버지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조선왕 시크릿 파일’은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를 집필했던 박영규 작가의 신간이다. 작가는 왕의 위대한 업적이 곧 뛰어난 인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공이 있으면 과가 있다. 이기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었지만 무엇 하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조선의 왕들 역시 매한가지다. ‘조선 왕 시크릿 파일’은 그런 왕들의 숨은 이야기, 조선 왕들의 인성과 사생활에 대해 분석하고 기술한 책이다.

책은 조선의 4대 왕 세종에 대해 ‘팔방미인, 깐깐한 가부장’이라고 표현한다. 구중궁궐에서 왕위를 이을 후계자로 지목된 세자를 제외한 왕자들은 이래저래 위협거리였다. 뭘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세자의 안위와 왕위 세습 시스템을 위협했고 왕의 여자들인 수많은 궁녀를 향한 춘심이 언제 발동할지 모를 혈기왕성한 사내였다. 세종은 그렇게 위협이 되는 왕자들 중 하나였다가 왕세자에 즉위해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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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세종실록’ ‘필원잡기’ ‘용재총화’ ‘소문쇄록’ ‘공사견문록’ 등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다각도에서 세종의 이야기를 전한다. 맏형 양녕과의 묘한 심리전, 세상이 알아주는 책벌레였던 천성, 마음을 나누었던 경안공주와의 에피소드 등 어린시절 그리고 인자한 성품과 실용적 인재관을 가졌던 리더, 깐깐하면서도 너그러운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사내, 윤리주의자이자 도덕주의자였던 학자 등으로서의 면모를 가감없이 풀어낸다.

‘조선왕 시크릿 파일’은 세종 뿐 아니라 아버지 태종과 아들 세조를 비롯해 조선을 건국한 태조부터 22대와 정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가계도’로 시작하는 각 왕의 이야기는 각자의 기질과 삶을 정리한 한줄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온건한 승부사, 배신당한 아비’ 태조, ‘영리한 책략가, 뒤끝 대마왕’ 태종, ‘음흉한 괴짜, 기분파 냉혈한’ 세조, ‘살 떨리는 낭만주의자, 살인귀’ 연산군, ‘가련한 영웅, 고독한 실리주의자’ 광해군, ‘직진 기질 사랑꾼, 분노조절장애 정치꾼’ 숙종, ‘두 얼굴의 정략가, 고독한 가장’ 영조, ‘절대 군주를 꿈꾼 완벽주의자, 뒷거래 정치꾼’ 정조 등으로 수식되는 왕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