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눈을 얻었지만 세종은 눈을 잃은” 데서 오는 감동, 뮤지컬 ‘1446’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9-11 17:11 수정일 2019-10-06 14:10 발행일 2018-09-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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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뮤지컬 ‘1446’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사진제공=HJ컬쳐)

“백성은 눈을 얻었지만 세종은 눈을 잃은 상황에서의 감동 메시지가 많아요.”

11일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승원 프로듀서이자 제작사 HJ컬쳐 대표는 뮤지컬 ‘1446’(10월 5~12월 2일 국립중앙발물관 극장 용)이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영국 웨스트엔드 워크샵을 통해 현지 배우, 연출자, 음악감독 등과 각색 작업을 하고 드라마적 구조나 개연성의 이해, 음악적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현지 연출가와 음악감독이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을 갖춘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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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1446’ 세종 역의 정상윤(왼쪽)과 박유덕(사진제공=HJ컬쳐)
이렇게 전한 한 대표는 “왕이 그 앞에 놓인 여러 길 중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장애를 돌파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조력자가 있는지 등의 이야기”라며 “한 인간이 얼마나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걸어가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에서 그들이 놀랐던 사실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큰 힘 중 하나는 차별적인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거예요. 전세계 어느 나라의 왕도 부귀영화, 국가 확장의 목표가 아닌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적이 없어요. 백성은 눈을 얻지만 세종은 눈을 잃는 상황에서 전달되는 감동적인 메시지 많아요.”

김은영 작곡·연출은 “저희에게는 익숙한 음악이 그들에게는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게 신기했다”며 “한국적 멜로디를 가미한 음악이 그들에겐 강렬하게 다가간다는 데서 우리 음악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한국적 음악의 힘을 가지고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

뮤지컬 ‘1446’은 즉위 600주년을 맞은 조선 4대왕 세종(박유덕·정상윤, 이하 가다나 순)의 일대기로 여주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KBS한국방송이 공동주최하고 HJ컬쳐가 제작한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 ‘살리에르’ ‘빈센트 반 고흐’ 등의 박유덕, ‘파리넬리’ ‘투란도트’ 등의 박소현, ‘라흐마니노프’ ‘투모로우 모닝’ 등의 이준혁, ‘더 픽션’ ‘홀연했던 사나이’ ‘태일’ 등의 박정원 등이 지난해 10월 트라이아웃 공연에 이어 각각 세종, 소헌왕후, 전해운, 양녕·장영실로 함께 한다.

더불어 뮤지컬 1세대 스타 남경주와 ‘마마돈크라이’ ‘컨설턴트’ 등의 고영빈이 태종으로, ‘오! 캐롤’ ‘에드거 앨런 포’ 등의 정상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김보경, ‘라흐마니노프’ ‘인터뷰’ ‘스모크’ 등의 김경수·‘올슉업’ ‘광염소나타’ 등의 박한근이 각각 세종, 소헌왕후, 전해운으로 새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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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발표회에서 세종 사후 그의 뜻을 기리는 엔딩 넘버 ‘그대 길 따르리’를 시연 중인 배우들(사진제공=HJ컬쳐)

백성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창의와 혁신을 구현했던 세종의 일대기에 대해 김은영 연출은 “한글 창제 등 업적이 아닌 어떻게 왕이 되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인간 이도의 모습을 좇는 작품”이라며 “대군시절부터 선위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그 방대한 신을 압축하고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제작발표회에서는 조선을 건국한 태종 이방원이 행했던 여러 일들을 표현하는 오프닝 넘버 ‘왕의 길’, 기행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녕의 폐세자를 고하는 신하들의 ‘조선을 위해’(이상 세종 정상윤, 태종 고영빈, 전해운 김경수, 양녕 최성욱·황민수)를 시작으로 세종의 솔로곡 ‘왕의 무게’(세종 박유덕), 소헌왕후의 ‘애이불비’(김보경·박소현), 죽음을 앞둔 태종이 세종에게 성군이 되기를 당부하는 새 넘버 ‘가노라’(태종 남경주), ‘그저 좋지 아니한가’(세종 정상윤, 장영실 박정원), ‘독기’(전해운 김경수·박한근·이준혁), 세종 사후 그의 뜻을 기리는 엔딩 넘버 ‘그대 길 따르리’(전체 배우들) 등 8곡을 시연했다.

세종 역의 박유덕은 “감히 세종 역할을 해보겠다 나서면서 벅찼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과연 할 수 있을까를 마음에 품고 연습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애민정신이 많이 생겼냐”는 질문에는 “엄청 많이 생겼다”며 “동료를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동료들 모두를 사랑한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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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뮤지컬 ‘1446’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사진제공=HJ컬쳐)

또 다른 세종 정상윤은 “모두 아는 위대한 성군을 저희 작품에서는 인간으로서의 고뇌, 평범한 모습을 복합적으로 보여드릴 것”이라며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모습들에서 나오는 강한 결단력과 카리스마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태종 역의 남경주는 “첫 대사 ‘아바마마’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대사”라며 “역사에 처음으로 돋보기를 들이대 보고 있는데 이렇게 드라마틱한 역사가 또 있었을까 싶다. 밀도 있게 축약된, 한마디라도 버리지 않고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채현원 안무가는 “각 장면마다 여러 패널을 전환하면서 장면을 구현한다. 패널의 속도, 위치에 따라 감정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김선영) 작곡·연출님이 동선을 하면서 마디를 늘리거나 음악 템포를 수정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널이 흘러가면서 구현되는 장면들로 보는 재미, 마술 같은 느낌을 드리기도 합니다. 대신들을 따라가는 패널과 왕을 따라가는 패널들의 감정과 호흡을 다르게 하는 등 ‘1446’에서만 볼 수 있는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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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뮤지컬 ‘1446’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사진제공=HJ컬쳐)

훈민정음을 반포한 해를 제목으로 내세운 만큼 뮤지컬 ‘1446’의 관건은 제작발표회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는 보여주지 않은 훈민정음 창제와 그 과정을 어떻게 다루고 풀어갈지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선택, 마냥 성군일 수만은 없었을 세종의 인간적 면모, 오프닝에서 드러난 양녕의 고뇌와 혼란 등을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극적 완성도를 높일 것인지 역시 눈여겨 볼 일이다. 

더불어 충녕시절의 이도와 양녕, 세종과 가상의 인물인 전해운 등의 대결구도 역시 극적 재미를 더한다. 전해운에 대해 박한근은 “극 중 태종과 세종의 측근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라며 “때론 충신으로, 마음 속에는 복수의 칼날 지닌 인물이다. 세종에 자극 주는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혁 역시 “세종과 대립구도지만 서로의 존재적 가치는 굉장히 크다”고 말을 보탰고 김경수는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꼭 만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