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수술 로봇, 세계시장 판 뒤집기 가능할까?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8-08-23 10:48 수정일 2018-08-23 17:17 발행일 2018-08-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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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수술로봇, 미래컴퍼니의 ‘레보아이’ (사진제공=미래컴퍼니)

‘신기술 탑재’와 ‘합리적 가격’ 등으로 무장한 국내산 수술 로봇이 글로벌 시장을 넘보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수술 로봇 ‘다빈치’의 단점들을 보완한 제품들이어서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수술 로봇 시장은 2025년까지 약 126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수술 로봇 ‘다빈치’가 전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다빈치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에 4666대( 6월 기준)가 공급됐다. 다빈치 로봇의 수술 건수를 보면 연 약 500만건 이상 기록하며 연평균 15%(2016)~16%(2017)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형 로봇들이 등장, 다빈치의 뒤를 바짝 쫓으며 시장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은 인체를 절개하지 않고도 사람의 몸속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을 하는 내시경 로봇 ‘케이-플렉스(K-FLEX)’ 개발에 성공했다. 이 수술 로봇은 소형이면서도 외부 절개가 아닌 내부절개로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후 통증·회복시간·세균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존의 상용화된 수술로봇의 단점들을 보완해 한 단계 더 진화시킨 기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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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의 K-FLEX 시스템.연구팀의 케이-플렉스 로봇은 입이나 항문, 요도 등 우리 몸에 존재하는 통로를 따라 뱀처럼 유연하게 삽입돼 몸속을 자유롭게 관찰한다. 이상이 있는 경우 손가락처럼 생긴 초소형 로봇 팔이 나와 수술을 진행한다.(사진제공=카이스트)

또 최초 한국형 수술로봇 미래컴퍼니의 ‘레보아이’도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 후 세계시장 출시를 준비 중이다.

수 십억원대의 다빈치에 절반도 못 미치는 합리적인 가격과 국내 연구진들이 머리를 맞대 개발한 순수 한국 제품이라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해외에서도 한국형 수술로봇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동안 국내 의사들의 수술 로봇 활용 성과가 세계에서 인정을 받아온 가운데 가격·기술·의료환경 등 훌륭한 조건을 갖춘 한국형 로봇들이 해외 의료진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의료진들의 활발한 수술 로봇활용과 연구개발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 본사에서도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다빈치 독점체제에 한국형 수술 로봇의 출현은 수술로봇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시장성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형 수술로봇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재성 서울아산병원 의료공학과 교수는 “그 동안 국내 많은 연구진들이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특화된 영역의 수술로봇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며 “국내 로봇기술이 해외에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4~5년 후면 수술로봇 제품들에 대한 성과가 충분히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