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에 위생문제까지…여름이 괴로운 서울 쪽방촌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7-19 09:31 수정일 2018-07-19 09:31 발행일 2018-07-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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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입구
영등포역 쪽방존 도입부, 시작부터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악취를 품어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쪽방촌’ 주민들이 폭염과 위생문제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9일 현재 계속된 폭염으로 전국 온열질환자는 증가추세다. 질병관리본부 ‘온열 질환 감시 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633명으로, 그 중 6명이 사망했다. 특히 이달 15~16일 이틀 동안에 147명이 발생했다.

이에 서울 시내 쪽방촌에도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 18일 찾은 서울 영등포역 일대 쪽방촌에는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그늘진 길거리에 모여앉아 더위를 식혔다. 집은 목재와 합판 등으로 만들어져 불타기 쉽고, 복사열이 높아 더위에 취약하다. 냉방장치가 열악한 것은 물론, 선풍기 한대로 버티는 가구도 많다.

위생도 문제다. 쪽방촌 일대에는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가 거리 구석구석에 흐드러져 있었다. 몇몇 노숙인들은 쓰레기 한편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한쪽 편에 가득 쌓인 쓰레기 봉지에서는 악취가 품어져나와 쪽방촌 전체로 퍼저나갔다.

쪽방촌2
쪽방촌 주민들이 그늘에 모여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군데군데 쓰레기들이 흐드러져있다.

김나래 영등포 소방서 반장은 “기초생활 수급자나 노숙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잘 관리되지 않는 편”이라며 “거주민과 노숙인분들의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 소방서의 경우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폭염 119 안전 캠프를 운영중이다. 더불어 소방서는 주민들의 수분 보충을 위해 아리수를 공급하고, 펌프차를 이용해 주변 도로에 물을 뿌리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법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 반장은 “다행스럽게도 영등포역 쪽방촌에서는 아직 온열질환에 의한 큰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소방서 등 여러 곳에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분들의 거주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여름철 쪽방촌 주민들의 고통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