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역량 강화하는 은행권…핵심 '동남아'는 양날의 칼?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3-28 17:00 수정일 2018-03-28 17:38 발행일 2018-03-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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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지리적·경제적으로 최적‥은행 글로벌 '요충지' 지만
경쟁 심화·진입요건도 높아…현지화 정책·제3국가 확대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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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 거점을 통해 거둬들인 순익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사업에서의 역량 강화를 추진한 결과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 글로벌 전략을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점포에서 거둬드린 당기순익은 8억70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23.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시중은행이 벌어들인 총 당기순익(11조2000억원)의 7.7%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5억2800만 달러를 벌었다. 미국에서는 7200만 달러, 영국에서는 6680만 달러, 기타지역 1억3940만 달러 등이었다. 즉 아시아지역에서 65% 가량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해외 수익이 아시아지역에만 쏠린 것은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해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185개이며 이 중 70%(129개)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 쏠려있다. 이는 아시아, 그 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매년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금융시장과 수요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마이크로 파이낸스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히며 지리적으로도 국내 은행이 진출하기 좋다”며 “게다가 타 국가들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은행입장에서는 해외 거점으로 삼기 더할 나위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동남아지역에 대한 경쟁이 날로 심해져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금융사들이 동남아지역 진출 및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국가의 금융당국 등도 까다로운 진입요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 중 어떤 국가는 M&A를 통해서만 시장 진출이 가능하고 어떤 국가는 최소 자본금 요건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시장의 경쟁력 때문에 국내외 은행들간의 경쟁이 치열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동남아 지역에 집중된 글로벌 전략을 제3국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은행들 역시 적극적인 현지화 정책을 펼침과 동시에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