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美 '세탁기 세이프가드'…韓 수출 '빨간불’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11-22 17:34 수정일 2017-11-22 17:34 발행일 2017-11-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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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1일(현지시간) 국내 제조업체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산업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세이프가드를 비롯해, 반덤핑 관세 부과, 무역확장법 적용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TC가 이날 발표한 권고안은 삼성전자·LG전자의 세탁기 중 수출물량 120만대 초과분에 한해 50%(가격기준)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120만 대 미만의 물량에 대한 관세를 놓고선 4명의 ITC위원 간 의견이 갈렸다. 론다 슈미트라인 위원장 등 2인은 첫해 20%, 둘째해 18%, 셋째해 15%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했다. 반면 나머지 2인은 120만대 이내 수입물량에 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했다.

세탁기 부품에도 관세가 적용된다. ITC는 3년간 일정 물량을 넘어서는 세탁기 수입부품에도 50% 관세를 추가 부과할 것을 권했다. 첫해 5만개를 시작으로 매년 2만개씩 늘어나며, 초과물량에 대한 관세율은 매년 5%씩 줄어든다. 이외 한국서 생산한 제품은 구제조치 대상서 제외키로 했다. 업계서는 이를 두고 “세탁기 완제품은 최소 절반 가량 미국 공장서 생산하고, 부품은 100% 현지화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는 트럼프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상당히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장 우리 산업의 주력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태양광, 철강 등도 무역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미 미국 정부로부터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철강업계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최종 결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해당 조항에 의거해 수입산 철강제품의 안보위협 여부를 조사 중이다. 최종 조사결과서 한국산 철강재도 지목될 경우 추가적인 수입제한 조치 등이 불가피하다. 태양광패널 역시 국산 업체 모듈에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고 최대 4년간 수입 쿼터를 설정하라는 내용을 담은 ICT 세이프가드 구제조치 판정이 내려진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향후에도 자동차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통상 압박에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