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세금폭탄 막자”…대응 총력전 나선 정부·업계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10-11 15:09 수정일 2017-10-11 15:09 발행일 2017-10-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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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국내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절차를 검토 중인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세이프가드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국민들이 겪게 될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 대책 회의를 갖고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 차관보, 김희상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통상 담당 임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당초 산업부 시스템산업정책관(국장급) 주재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해 차관보급으로 격상됐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LG전자 대형 가정용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 세이프가드에 대한 발동검토를 예고했다. 세이프가드가 실제로 이뤄지면 △관세인상 △수입량 제한 등의 패널티가 부과돼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ITC는 오는 19일 2차 공청회(구제조치 청문회)를 열고, 내달 투표를 통해 구제조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이번 회의는 이에 앞서 민관 차원 대응방안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를 주재한 강 차관보는 “공청회에 앞서 민관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서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와 정부는 이날 회의서 한국 세탁기가 월풀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 피해를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형 가전시장에서 개별 브랜드로는 삼성전자가 1위에 올랐지만, 월풀이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의 영향력을 합칠 경우 점유율 하락은 소폭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줄어들면서 미국 경제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은 가격 상승, 혁신 제품 공급 제한 등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될 거라는 논리도 정교화했다.

정부와 업계는 세이프가드가 실제로 발동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 협력방안도 논의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산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피해 판정 제품의 범위는 중국, 태국, 베트남 등 해외서 생산된 제품에 제한된다. 이에 해당 국가서도 수출 감소나 고용 감축 등의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외교적 공조 방안도 적극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