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SK 등 한미일 연합에 20조원에 매각"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09-21 11:26 수정일 2017-09-21 11:27 발행일 2017-09-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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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일본 도시바 본사(연합)

도시바가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에 메모리사업부를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식 양도가격은 2조엔(20조3000억원)이며 이 중 도시바는 3505억엔(약 3조5600억원)을 출자한다.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은 SK하이닉스·애플·델·시게이트·킹스톤테크놀로지 등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비롯,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정부계의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이번 도시바의 발표문에 SK하이닉스는 거론되지 않았다.

한미일 연합은 향후 주식 전환이 가능한 전환형 우선주와 사채형 우선주 등을 취득하게 된다. 도시바 측은 “세부적인 내용은 본계약 체결 시점에 맞춰 재공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결권 지분 비율은 베인캐피탈 49.9%, 도시바 40%, 일본기업 10.1%로 일본 측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약 2000억엔을 전환사채(CB) 형태로 참여한다. 향후 융자를 지분으로 전환했을 때 취득 가능한 의결권 비율도 15%로 제한한다. 이는 주요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으로, 향후 각 국가에서 진행될 반독점 심사를 감안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도시바는 “이번 결정은 웨스턴디지털(WD)과의 법적 분쟁이 무사히 해결될 것이란 가정 아래 이뤄진 것”이라며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이 향후 자본 참여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은 WD와 도사바 간 소송전이 마무리 된 이후 출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는 메모리사업 매각 작업을 2018년 3월 내로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도 공식화했다. 또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채무초과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도시바가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WD와 갈등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도시바와 일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 중인 WD는 “이번 매각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진행됐다”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법정공방에 결과에 따라 자칫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상존하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