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 사회적 책임 순위 69계단 급락 “우려가 현실로”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09-19 11:33 수정일 2017-09-19 15:14 발행일 2017-09-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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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반

삼성전자가 수십년간 공들여 쌓아온 글로벌 이미지가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대외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삼성이 경영 활동을 펼쳐나가는데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가 최근 발표한 ‘2017 글로벌 CSR 순위’에서 8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0위에서 한해 만에 무려 69계단이나 급락한 것이다. RI의 CSR 순위는 △기업의 지배구조 △사회적 영향 △근로자 처우 등을 기준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한 순위다. 올해는 1분기 15개국에 걸쳐 17만건 이상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해졌다.

작년에 총점 100점 만점에 69.8점을 얻어 20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올해 64.5점으로 89위까지 뚝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하락폭은 명단에 들어간 100개 기업 중 폭스바겐(8.2점 하락) 다음으로 크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건과 이 부회장의 뇌물 스캔들 연루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평판 순위가 하락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발표한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서도 49위를 기록하며, 지난해(7위) 대비 42계단 수직낙하 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조사에서 2012년 13위, 2013년 11위를 기록한 뒤, 줄곧 7위(2014년), 3위(2015년), 7위(2016년) 등 10위권 내를 유지했으나 올해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최근까지 국정농단 게이트 연루 사태는 계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평가 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경영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기업 이미지를 쌓아왔지만, 갤노트7 발화와 이 부회장 뇌물 스캔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며 “국내 기업의 대표로 꼽히는 삼성의 이미지가 일본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후지쯔 등 보다 낮게 나온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며, 향후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1위는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74.4점)가 차지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월트디즈니, BMW그룹, 인텔, 보쉬, 시스코, 롤스로이스 에어스페이스, 콜게이트 순으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맞수로 꼽히는 애플로 총점이 지난해보다 5.3점 낮아지며 49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지난 2015년 미국 샌 버나디노에서 벌어진 총기 테러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요구한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거부하고 있는 점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 기업 중에는 LG가 65.9점으로 76위, 현대차가 63.9점으로 92위를 차지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