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나온 ‘독립수사기구’ 공수처…검·경 보다 우선 수사권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09-18 14:46 수정일 2017-09-18 17:26 발행일 2017-09-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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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검찰 개혁위, 설치 안 발표…완성까지 격론 예상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곽이 드러났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 공직자와 판·검사, 국회의원 등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각종 직무 범죄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진 독립기구다.

권고안이 그린 밑그림은 그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고위 공직자의 각종 직무 범죄를 대부분 수사 대상으로 포괄하고, 다른 수사기관에 대해 우선권을 갖는 강력한 기관이다.

막강한 권한만큼 남용의 우려도 큰 만큼, 개혁위는 각종 견제장치도 마련했다.

위원회는 주요 수사 대상으로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광역지방단체장 및 교육감 등 헌법 기관장을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퇴임 후 3년 미만의 고위 공직자도 수사를 받으며,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도 대상에 들어간다.

수사 대상 범죄도 고위 공직자의 업무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이 포함됐다.

검사나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모든 범죄를 ‘수사기관 공직자범죄’로 규정해 공수처가 맡도록 했다.

수사 과정에서 형법상 공범은 물론이고 뇌물공여 등 필요적 공범(2인 이상의 공동행위가 필요한 범죄), 수사 중 인지된 범죄도 수사하게 된다.

공수처에는 처장과 차장 외에 30∼50명의 검사, 50∼70명의 수사관 등 최대 122명의 순수 수사인력을 둘 수 있다.

이는 국회에 계류된 3건의 공수처 법안 중 가장 많은 검사 수를 규정한 박범계·이용주 의원 안(2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 그 요지를 공수처에 통지해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인계해야 한다.

권고안대로라면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가 관여된 대부분의 범죄를 수사·기소할 수 있고,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권을 가지는 점에서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각종 권력형 비리와 검찰 비리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조처로 풀이된다.

법무·검찰개혁위는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고려해 권고안에 각종 ‘견제장치’를 포함했다.

우선 수사 지휘 정점인 공수처장과 차장은 3년으로 중임할 수 없다.

추천위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 교수 중에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추천위는 7명으로, 당연직인 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국회 추천 인사 4명으로 구성된다.

30∼50인으로 구성되는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임명되며, 임기 6년으로 연임할 수 있다.

9명의 인사위도 공수처 3인 외에 국회의장이 추천한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 3인, 법무부 장관 추천 검사·법원행정처장 추천 판사·변협 회장 추천 변호사 각 1인 등 각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짜인다.

그런데도 정권 임기를 넘어 십수 년간 연임하며 권력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만큼, 공수처 검사는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 후 1년 이내에는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변호사로서 공수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과거 검찰에서 검사가 청와대에 들어가기 위해 퇴직했다가 재임용되는 방식으로 복귀하는 등 권력과 유착될 가능성이 제기됐던 문제를 차단하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수처 검사를 임명하므로 높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권고안은 공수처 검사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대검찰청에서 수사하도록 해 검찰과 상호 견제하도록 했다. 다만 공수처 신설안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반대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권고안이 최종 법안으로 완성되기까지 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