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세운상가, 50년만에 도심 중심축으로 재탄생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09-18 12:58 수정일 2017-09-18 15:16 발행일 2017-09-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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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세운상가 공중보행교
서울시는 오는 19일 다시 태어난 세운상가를 정식 공개하는 개장 행사 ‘다시 세운 한마당’을 연다고 18일 전했다.(사진제공=서울시)

한 때 ‘전자메카’로 불렸던 1967년 지어진 국내 최초 주상복합타운 세운상가가 낙후되고 침체된 모습을 벗고 50년만에 도시재생으로 도심 보행 중심축으로 재탄생한다.

세운상가는 쇠락한 전자기기 상가에서 청년들이 모여드는 산업혁신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3층 높이의 공중보행교를 되살리고 복합문화공간과 스타트업 입주공간을 만들었다.

서울시는 오는 19일 다시 태어난 세운상가를 정식 공개하는 개장 행사 ‘다시 세운 한마당’을 연다고 18일 밝혔다.

세운상가는 한 때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였지만 핵심상권이 강남으로 이동한 1970년대 후반 이후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1979년부터 이미 철거 재개발 계획이 세워졌지만 35년간 지지부진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는 세운상가와 주변 건물을 모두 허무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철거비용과 보상비 문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시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후 시는 2014년 세운상가를 철거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상가 활성화를 위한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여기에 모두 53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핵심은 세운상가의 보행로가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된 세운∼대림상가 사이 공중보행교(총연장 58m)가 12년 만에 부활했다. 보행교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상과 연결돼 청계천 방문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세운상가로 이어지도록 했다.

세운상가 8층 옥상에는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를 만들었다.

본래 도심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세운상가군 7개 건물(세운·청계·대림·삼풍·풍전·신성·진양상가)은 모두 3층 높이 보행로로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로 세워졌다.

종묘 앞에서 시작하는 보행로 1㎞ 구간을 쭉 따라내려 가면 남산에 다다른다는 구상이었지만 개장 당시부터 일부 구간(마른내로)은 끊겨 있었고 2005년 청계천 복원 때 세운∼대림상가 구간마저 끊어졌다.

그나마 남아있는 곳은 방치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3층의 보행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오랫동안 보수를 하지 않은 데다 버젓이 불법 제품을 판매한다는 홍보물까지 붙여놓아 점점 방문객이 찾기 꺼리는 곳이 돼왔다.

이번에 세운∼대림상가 사이 보행로를 깨끗하게 정비한 서울시는 2020년까지는 삼풍∼진양상가∼남산순환로를 잇는 공중보행로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종묘∼남산이 한 번에 공중보행로로 연결된다.

종묘 맞은편 세운상가군의 출발점인 옛 초록세운띠 공원은 ‘다시세운 광장’으로 새 단장했다. 세운상가 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사로를 만들고, 광장 위에선 야외 공연 등 문화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했다.

광장 지하 다목적홀에선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연계한 도시재생 전시회 ‘재생된 미래’가 11월 5일까지 이어진다.

시민들의 접근이 쉬워진 세운상가에 새로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활기를 불어넣게 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스타트업 17개사가 스타트업 창작·개발공간인 ‘세운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하기 시작했다. IT전문매체 시넷(CNET)에서 ‘주목할만한 10대 스타트업’으로 뽑은 지능형 반려로봇업체 ‘서큘러스’, 저비용 전자의수 제작업체 ‘만드로’ 등이 입주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에서 30∼40년 활동한 기술 장인들과 청년 기업이 협업할 수 있도록 세운상가 일대 업체 정보를 총망라한 ‘세운상가산업지도’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운상가 재생을 통해 서울 도심 보행 축을 사방으로 연결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고 그 활력을 세운상가 일대 주변지역까지 확산해 나가겠다”며 “특히 과거 전자산업 메카였던 이 일대가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의 융합, 분야를 넘어선 협업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4차산업을 이끌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적 거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