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시민들에게 돌아온 덕수궁 돌담길 100m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08-30 14:29 수정일 2017-08-30 14:38 발행일 2017-08-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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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개되지 못한 70m…"영국대사관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
덕수궁 돌담길
덕수궁 돌담길 공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사진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최수진 기자)

30일 오전 11시 60여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덕수궁 돌담길 100m를 연결하는 협문이 열리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하고 있었다. 이곳은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60여년간 철문으로 막혀 통행이 제한됐던 장소다.

서울시는 단절된 덕수궁 돌담길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2014년 10월 영국대사관에 ‘덕수궁 돌담길 회복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2년간의 협의 끝에 시와 영국대사관은 지난해 10월 덕수궁 돌담길 100m 구간을 개방하기로 합의하고 안전과 보안 문제 등에 대해 신중히 검토했다.

이번에 개방된 덕수궁 돌담길은 담장이 낮고 곡선이 많다. 덕수궁 담장과 마주보고 있는 붉은 담장과 그 너머로 보이는 영국식 붉은 벽돌 건물은 전통과 이국적인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문화재청은 이 곳을 정식으로 개방하기에 앞서 긴 시간동안 관리되지 않았던 보행로를 정비하고 덕수궁과 영국대사관의 담장을 고쳤다. 영국대사관은 이번 덕수궁 돌담길 개방을 위해 대사관 후문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경계 담장을 새로 설치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등이 덕수궁 돌담길 공식 개방행사에 참석했다. 장소가 협소했음에도 불구하고 50여명의 시민들이 60여년만에 열리는 덕수궁 돌담길 행사를 보기 위해 마중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모(62·여)씨는 “덕수궁 돌담길 개방 행사가 있다고 해서 남편과 같이 산책을 나오게 됐다”며 “이렇게 고즈넉한 곳이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돼서 너무 기쁜 마음이다”며 소감을 밝혔다.

다만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 전 구간이 개방된 것은 아니다. 단절된 덕수궁 돌담길 총 170m 구간 중 일부인 100m만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개방되지 못한 70m는 영국대사관 정문부터 대사관직원 숙소 앞까지다. 해당 구간은 영국대사관 소유로 1883년 4월 영국이 매입했다. 시는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도 영국대사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이 길은 고종과 순종 임금이 제례의식을 행할 때 이용하던 길이다. 과거 덕수궁에서 조선 왕조 왕들의 의전을 모셨던 곳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 공사관이나 경희궁을 잇는 통로이기도 하다”며 “철문으로 막혔던 덕수궁 돌담길을 시민들에게 돌려준 것이 기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길을 공개하기 위해 영국대사관, 문화재청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