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몸살 앓는 문래동 창작촌

김영주 기자
입력일 2017-03-15 11:31 수정일 2017-03-15 15:25 발행일 2017-03-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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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일대 버려진 공장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들이 독특한 분위기로 손님의 발길을 잡는다. (사진=김영주 기자)

“새로 카페를 차리려는 분들도 많고 기존에 계신 분들도 2호점을 내고 싶어 해요. 하지만 매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예요.”(A공인중개사 관계자)

15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무소 달력에는 식당·카페 개업을 문의한 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곳 대표는 카페 창업을 문의하는 기자에게도 “대기자 명단에 써놓고 순서대로 연락을 주겠다”며 “3~4개월 전에 나온 게 가장 최근 매물”이라 부연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문래동 창작촌은 1970년대 대규모 철공단지로 이름을 날렸지만 산업 쇠퇴 등으로 공장 세입자들이 빠져나가고 몇몇 건물들은 방치됐다.

최근 몇몇 소상공인들의 손에서 이곳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천장의 배수관과 벽돌 외벽이 그대로 드러난 채 버려진 공장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식당과 카페로 탈바꿈했다. 개성 있는 가게들은 SNS를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골목 구석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상권이 뜨자 새로운 식당과 카페를 차리려는 이들도 줄을 섰지만 새로 나오는 매물이 없어 대기자 명단은 쉽게 줄지 않는다. 대로변 상가매물과 비교해 창작촌의 임대료 시세는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작촌 골목의 상가 임대료는 33㎡ 기준 보증금 600만~1000만원에 월 임대료 60만원 정도. 반면 대로변 인근은 월 임대료가 두배 높고, 바닥권리금(상권에 따라 형성된 권리금)은 1500만~2000만원 가량이라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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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부터 문래동에 소상공인들이 모여들었지만, 여전히 상권은 매우 작다. (사진=김영주 기자)

이 같이 임대료가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은 이미 자리잡고 있는 철공업 종사자들이 아예 건물을 매입해 임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이곳에서 철공소를 운영해온 이들은 여기에서 상권 확대로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경우 서울 어디에서도 이만한 철공소 단지를 이룰 수 없다는 절박함에 근본 배경이다.

창작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카페를 차릴 당시 이 곳에 자리를 찾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임대료가 오를 것을 우려한 철공소 세입자들이 직접 건물을 사들여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 탓에 일대 상권은 30m 남짓한 골목들에 불과 열댓개의 식당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일대 주민들도 이 곳 상권이 발달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상권 발달로 임대료가 치솟으면 이 곳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던 이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민 최모(63)씨는 “이미 2000년대 초 이 곳에 터를 잡은 예술인들이 자리를 빼앗기고 떠난 사례가 있었다”면서 “상권이 더 뜨면 임대료가 치솟을 것이고 영세한 철공소 사장들과 아직 남아있는 예술인들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주 기자 you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