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 소식에 부동산 반색

김영주 기자
입력일 2017-02-19 14:25 수정일 2017-02-19 18:34 발행일 2017-0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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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뒷편으로 부촌의 상진인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보인다.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부촌(富村)의 상징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불과 1.8km 떨어진 곳에 있다. 깔끔하게 정비된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강남의 요지에 ‘무허가’ 판자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19일 찾은 구룡마을에는 1100여 가구의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겨울을 맞아 골목길에는 내다 버린 연탄들이 수십장씩 쌓여있었다. 하지만 나무판자를 얼기설기 이은 판잣집들은 겨울 추위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마을 입구에는 강남구 22개동 주민들이 붙인 “30년간 방치된 구룡마을 개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특히 개포동 부동산시장은 표류하던 구룡마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자 반색하는 분위기다.

개포주공 탑공인 최경원 대표는 “공영개발 지역이라 공인중개사가 거래하는 건이 아닌데도 벌써부터 임대주택 분양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태양공인 정지심 대표도 “강남 개포동이 재건축으로 주목받는데, 구룡마을 재개발은 도시정비 차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고분양가 투기 관련 논란에 대해서 “민간개발로 이뤄질 경우 이익만 추구하며 난개발이 될 우려가 있었는데, 공영개발로 가닥이 잡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화로운 개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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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원주민들의 이주 문제는 서울시와 주민간 갈등이 산재해 있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날 오후 마을 입구 공터에 모여 있던 주민들에게 개발에 대해 묻자 “개발돼야지. 그런데 쫓겨날까봐 걱정돼”, “보상을 어느 정도 해줘야 나가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주민들은 이조차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마을 주민 김병찬(60)씨는 “주민들 70~80% 이상이 60세가 넘은 노인인데, 대부분 임대주택을 줘도 보증금과 임대료를 낼 여력이 없다”면서 “어디 가서 살 수만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구룡마을에서 20년째 살고 있다고 밝힌 신모(71)씨는 “개발한다고 공고만 했지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면서 “마을에서도 어떤 대안을 제시할 지 중지를 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30여년 전 철거민 등이 정착해 만들어진 구룡마을은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100% 공영개발 방식의 도시개발계획안을 통과시키며 개발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구룡마을은 2020년까지 2692가구 규모(임대 물량 1107가구·분양 물량 1585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거듭난다.

김영주 기자 you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