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재기 기업인 지원, 더 확대해야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11-29 09:34 수정일 2016-11-29 16:13 발행일 2016-11-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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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태 엠에스코프 회장(69)은 스물세 살 때 수소제조업체를 창업했다. 하지만 5년 뒤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때문에 공장을 폐업해야 했다. 쓰라린 실패였다.

그는 첫 실패이후 에너지 관련사업으로 재기하려 애를 썼지만 또 실패를 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다시 사업을 시작해 MS가스 MS에너지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 회장이 됐다.

그는 사업을 하다 한번 망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기업인들을 살리기 위해 사재를 털어 비영리재단인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사장 전원태)을 설립했다.

재기원은 경남 통영 죽도에 있는 폐교를 구입, 리모델링해 연수원을 만들었다.

이 연수원은 1년에 4~5차례씩 무료로 4주간 ‘재기힐링캠프’를 연다. 지금까지 총 19기, 380명의 재기희망기업인들을 배출했다.

이들 수료생 가운데 재창업을 한 뒤 3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인은 전체의 97.4%에 이른다고 한다. 대단한 성공률이다.

재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사업에 실패한 이후 겪는 좌절감의 극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 이 연수원은 심리적 힐링부터 먼저 시작한다.

이 연수원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요즘 재기를 꿈꾸는 기업인들은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정부도 실패한 기업인들이 다시 일어 설 수 있게 제도적인 보완을 많이 해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실패한 기업인들은 국세징수 및 정책자금 상환에 떠밀려 재기차체가 불가능했다. 그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재기기업인에 대해선 국세징수 및 체납처분을 3년간 유예해준다. 재기기업인에 대해선 중진공,신보,기보 등이 지원한 정책자금의 채무도 최대 75%까지 감면해준다. 또 재기기업인을 위해 올해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덕분에 정부지원을 받아 재창업에 성공한 기업이 지난 2013년엔 244개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466개사로 연간기준 2배나 늘어났다고 중소기업청은 밝힌다.

하지만 브릿지경제연구소를 찾아오는 재기희망기업인들에게 이 같은 정책변화를 설명하면 쓴웃음을 짓는다.

“정부에서 몰라도 정말 너무 모른다”고 털어놓는다. 세금추징에 앞서 실패기업인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통장개설 신용카드발급 등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알거지’와 다를 바 없어진다고 얘기한다.

친지 등의 도움으로 겨우 사무실이라도 하나 얻어 재창업을 하면 빚쟁이들이 찾아와 “너, 따로 재산 숨겨둔 거 잘 안다”면서 방해하는 바람에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만큼 정부가 진정으로 재기지원에 관심이 있다면 지원대상기업인을 대폭 늘려주고, 자금지원도 확대해줄 것을 호소한다. 사정이 어렵더라도 내년도 예산에선 재기지원자금을 3000억 원 정도로 확대해줄 것을 바란다. 1인 재창업 제도도 마련해줄 것을 건의한다.

실제 실패한 기업인들은 빈털터리거나 빚쟁이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축적된 경영노하우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치를 땅속에 파묻어버린다면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사업에 실패하면 뼈아픈 모멸감, 친인척들의 비방, 지나친 빚 부담 등을 극복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별도의 통계는 없지만 사업실패로 인한 자살은 이미 사회적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재기기업인 지원은 청년창업지원만큼 효율적일 수 있다.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가진 아까운 인재들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걸 막아야 할 시점이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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