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로스쿨’과 ‘비즈니스스쿨’의 대결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11-15 11:05 수정일 2016-11-15 11:08 발행일 2016-11-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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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선자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을 나왔다. 와튼스쿨은 미국의 대표적인 비즈니스스쿨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예일 로스쿨을 나왔다. 그의 남편인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도 예일 로스쿨을 다녔다.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후보를 지원했던 현재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학력만 놓고 볼 때 이번 미국대통령 선거는 ‘로스쿨’과 ‘비즈니스스쿨’의 대결에서 비즈니스스쿨이 이긴 셈이다.

자, 그렇다면 로스쿨과 비즈니스스쿨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왜 비즈니스스쿨이 이겼을까.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먼저 2개 스쿨의 차이점을 가늠해보자.

법학대학원인 로스쿨에선 국가적 목적을 위한 프로젝트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불법적인 과정으로 이를 성취해선 절대 안 된다는 걸 가르친다. 공평과 정의에 따라 실행해야 한다는 걸 연습시킨다.

하지만 비즈니스스쿨에선 그렇지 않다. 과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실적과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 그것이 ‘승리’다.

물론 요즘 들어선 비즈니스의 이런 횡포를 막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멍에를 걸쳐놓긴 했다. 그럼에도 CSR이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코 아니다.

비즈니스스쿨에선 기업의 수익성 성장성 지속성을 창출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게 최선의 과제다. 그런 다음에 CSR이란 ‘멋진 모자’를 쓰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누구든 대학에서 배운 관념은 평생 머릿속에 남는다. 경영학을 배운 사람은 평생 경영학적 사고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 뜻에서 와튼스쿨을 나온 사람들을 한번 살펴보자.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이 여기를 나왔다. 그는 와튼 스쿨을 유명하게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애플의 경영난을 타개해달라고 비밀리에 찾아갔던 존 스컬리 CEO도 와튼을 졸업했다.

어디 이들 뿐인가. 구글 보잉 GE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이 스쿨을 졸업했다. 이들보다 먼저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트럼프다.

그는 뉴욕 브롱스에 있는 포덤대학을 2년간 다니다가 와튼스쿨로 전학해 여기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평생 와튼스쿨을 다닌 걸 자랑하고 다녔다.

물론 트럼프가 와튼스쿨을 다니던 1960년대엔 그 학교가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와튼스쿨이 유명해진 건 MBA(경영학석사)과정을 차별화하면서였다.

미국의 MBA과정은 와튼스쿨과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이 쌍벽을 이뤘다. 켈로그스쿨은 그야말로 ‘경영’에 치중한 반면 와튼스쿨은 약간 정치적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로켓제조업체인 스페이스X와 전기자동차업체인 테슬라모터스의 CEO인 엘런 머스크 등이 이 학교를 다니면서 본래의 자리를 확보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이 학교출신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비즈니스방식으로 선거에 이겼다. 때문에 비즈니스스쿨 방식으로 정치를 할 것이다. 필자도 지난 9년간 비즈니스스쿨 교수로 한국, 일본, 독일에서 경영학을 강의하면서 정치와 행정도 경영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런데 오늘은 정치에 경영개념을 도입하는 게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지 의구심이 간다. 트럼프도 너무 ‘비즈니스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다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고 한숨을 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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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