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한은 5개월째 금리 동결…‘트럼프 리스크’ 확대 가능성 고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11-11 10:15 수정일 2016-11-11 14:04 발행일 2016-11-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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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YONHAP NO-0882>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11일 열린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6월 1.50%에서 0.25%포인트를 깜짝 인하한 이후 5개월째 동결기조를 이어갔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과 부합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9%가 11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미국 대선 이후 불투명해진 미국 금리 인상 전망과 정책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금통위가 금리를 추가 인하하기엔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말 1257조 원을 넘어선 가계신용 잔액은 급증세를 지속해 13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7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만 28조 5000억 원이 늘었고 여기에 2금융권의 대출금과 판매신용 등을 모두 합하면 1290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각종 규제를 연달아 시행했지만, 가계부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일본 닛케이지수가 5.4%나 폭락하고, 9일 국내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장중 22원이나 치솟았다.

주식시장에선 코스피가 45포인트(2.25%)나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반응은 하루 만에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향후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알기 어려워 불안감이 여전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진 상태여서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움직이기 어렵다.

애초 연준은 다음 달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 확실시돼 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트럼프가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과, 오히려 저금리 기조를 확대할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이 국내 기준금리 인하 여지를 키울 수는 있지만, 미국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줄게 되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