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가상병원(Virtual Hospital)이 생긴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11-08 13:31 수정일 2016-11-08 13:34 발행일 2016-11-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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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심근경색 사태’를 보고 참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했다. 현대의학이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다니. 그렇게 돈이 많고, 세계적인 의술을 자랑하는 종합병원을 거느렸는데도 자신의 응급상황만큼은 미처 대처하지 못하다니. 이런 점들이 우리를 무척 안타깝게 했다. 사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건 응급환자가 병원 응급실로 얼마나 빨리 달려가야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였다.

근데 올 들어 이스라엘의 한 중소기업이 이런 기존관념을 깨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스라엘 호드하샤론에 있는 의료기기 업체인 이노비텍은 “이제 심근경색 등 응급환자가 병원으로 달려가는 게 아니라, 병원이 응급환자에게 달려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최근 이 회사가 최근 개발한 제품의 이름은 ‘살리다(SALI-DA)’이다. ‘살리다’는 아무리 응급상황에서도 사람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뜻이다. 영어로 ‘SAVE LIFE DA’를 줄인 말이다. 이 회사가 새롭게 구축한 시스템의 이름은 ‘가상병원(virtual hospital)’이다. 가상병원이란 가상현실과 심근경색환자를 위한 기기를 활용, 응급신고를 받은 뒤 10분 안에 환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그곳에 가상병원을 세운다는 개념이다.

이 회사가 내놓은 ‘살리다’는 항공기를 타고 가던 출장자가 비행기 안에서 심근경색을 당했을 때 그곳에 ‘가상병원’을 설치한다는 걸 기준으로 삼았다.

근데 응급환자가 발생한 곳에 가상병원을 세우려면 이를 수행할 도구가 필요하다는 게 이 회사의 주장. 이 회사에 따르면 조그만 박스형의 ‘살리다’ 시스템 하나만 갖추면 비행기 안에 가상병원이 세워진다.

이 회사는 이 제품을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메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의료기기박람회인 ‘메디카(MEDICA)’에 이 시스템을 전시한다.

이 회사가 참가하는 메디카는 세계 의료시스템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전시회다. 서울에서 이 맘 때쯤 독일로 가는 국적기나 루프트한자를 예약하려면 좌석이 동난다.

의료기기회사 임직원을 비롯 병원 대학 등의 의사 의료전문가들이 모두 뒤셀도르프로 향하기 때문. 이처럼 접근이 불편한데도 전 세계 의료인들은 이 전시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필자도 지난 20년간 이 메디카를 꼭 15번 다녀왔다. 일본에서 근무할 때조차 이 전시회만큼은 놓치지 않고 찾아갔다. 왜냐하면 헬스케어가 최고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모든 첨단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분야가 건강의료분야이어서다. 20년 전 처음 메디카를 찾았을 때만 해도 이곳에선 MRI 등 진료전문 의료기기들이 주류를 이뤘다. 급성 심근경색 등 응급분야 전시관엔 응급용 헬리콥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헬리콥터가 의료기기란 걸 이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IT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원격치료 분야가 부상했고, 진료 및 수술 전문기기가 주도하던 의료시장은 전자 영상기기 업자들이 앞서갔다.

하지만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MEDICA 2016’에선 가상(Virtual)분야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번에 가상분야의 제품을 내놓는 기업은 독일의 KLS마틴과 올림푸스, 미국의 젠프라임, 헝가리의 3D히스테크, 프랑스 에볼리케어 등 84개 업체다.

메디카는 전세계 5000여개 의료기업이 참가하고, 13만명의 바이어와 관객이 다녀가는 박람회다. 전시장 넓이가 130만㎡에 이른다. 올해 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사람이라면 버추얼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특히 버추얼병원을 구축하겠다는 이스라엘기업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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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